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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19. 2024

바르셀로나 해산물 맛집

"아론씨 점심으로 뭐 먹을래요?"

"저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아무거나 괜찮다는 나의 이야기에 

선배는 잠시 고민에 빠진후, 입을뗀다.


"해산물 괜찮아요?"

"네 좋아합니다."


선배는 망설임없이 까사바트요 반대편 신호등을 향한다. 그때였다. "저기,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오늘 투어를 들었던 손님중 한분이었다. 

혼자오신 남성분이었는데 점심식사를 고민하던중에 우리가 이야기 하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다. 


"해산물 좋아하세요?"

"네 환장합니다."


그렇게 우리 세사람은 까사바트요를 등지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나뭇잎이 떨어져 어깨위를 스친다. 선배는 말없이 앞을 향해 걷고 있고, 우리 두사람은 말없이 그 뒤를 쫓는다.


'Hola buenas tardes'


https://bonjourbarcelone.fr/en/la-paradeta-barcelona/


해산물로 가득찬 가게 내부에 들어가자, 직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나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 졌다.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해산물을 가져왔는지 신기 했기 때문이다. 


랍스타, 가리비, 게, 새우, 오징어, 홍합등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불빛들이 비추고 있다.


"뭐 먹을래요?"

"종류별로 시켜서 먹죠"


남자손님의 모습은 흥분되보였다. 정말로 해산물에 환장한 사람처럼 진지하게 해산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드시고 싶은거 다 주문하세요. 제가 사겠습니다."


뜻밖에 제안에 선배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더치페이 하죠!"

"아닙니다. 저 돈이 많습니다."


난 처음으로 보았다. 돈이 많다고 하는 사람을. 그런데 그 말이 진짜니까 멋있어 보였다. 그는 거침없이 해산물을 종류대로 주문했고, 샴페인도 한병을 구매했다. 


주도권은 완전히 그에게 있었다. 마치 그는 물만난 고기처럼 노량진시장 같은 La paradeta를 장악했다.


"종류별로 다 주문했는데, 혹시 더 주문하기 원하시는게 있으세요?"

"아니에요. 충분합니다."


선배는 이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운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대접을 받기위해 함께 온것이 아니었기에 불편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 마음은 나도 비슷했다. 나는 선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신입가이드였기 때문이다.


"전혀 부담 같지 마세요. 혼밥안하고 같이 먹어서 행복합니다. 진심이에요. 즐겁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난 그가 입고 있는 옷으로 그를 판단했었다. 검정색 나이키 티에 청바지가 올드하게 느껴졌다. 그에 올드한 패션만큼, 그가 올드한 사람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그는 완전 스마트하고 시원한사람이었다. 그가 입을 열고 행동을 보여주기전까지 그는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홀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랍스타 좋아하세요. 제가 좋아해서 6마리 시켰습니다. 2마리씩 먹죠.'


https://www.tripadvisor.com/LocationPhotoDirectLink-g187497-d887372-i359386004-La_Paradeta-Barcelona


세상에나 마상에나 살면서 랍스타를 2마리나 먹는 날이 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한마리만 먹어도 충분한데 2마리씩이나 먹다니!! 


버터향이 진하게 풍기는 랍스타의 살결이 오동통하다. 그릴에 구워서 불맛까지 느껴지니 말에 모해. 쫀득쫀득한 살결의 식감과 강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아. 이게 바르셀로나 랍스타구나. 기가 맥힌다. 감탄하며 정신없이 게눈감치듯 랍스타 2마리를 흡입했다.


'가리비가 신선해보여서 30개 주문했습니다. 10개씩 먹죠'


한국에서 먹었던 가리비와는 전혀다른 맛이 입안가득 퍼진다. 그릴에 구운 가리비에서 바다냄새가 난다. 아주 향긋하면서도 신선한 바다향이 말이다. 


모라 한마디로 정의 하기 어려운 그 낯설으면서도 계속 먹고 싶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10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건, 생각뿐이다. 순식간에 10개의 가리비를 처치해버렸다.


'오징어 튀김도 조금 시켰습니다. 까바랑 같이 드시죠?'

'저희는 콜라와 마시겠습니다.'


선배와 나는 콜라를 마시며 오징어 튀김을 먹었다. 손님은 조금 시켰다고 하지만, 산더미같은 오징어튀김으로 인해 배가 터질것만 같았다. 이 사람은 정말 통이 엄청 큰 사람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저는 한국에 있는 로펌회사에서 변호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주세요'


그는 식사중 우리에게 명함을 건넸다. 여행중에 좋은 가이드를 만나 행복하다며, 자신도 보답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나는 옆에서 참관만 한건데, 나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그를 보면서 그릇이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명함을 보는 순간 내 예감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로펌 중 한곳이었다. 연봉만 수십억에 달하는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거기다 미국변호사, 변리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 그였다. 갑자기 그 사람이 달라 보였다. 


얼마나 많은 해산물을 먹었는지 모른다. 랍스타, 새우, 오징어, 가리비, 홍합등이 배속에서 춤을 추는 것만 같다. 오후 투어를 진행해야 하는 선배가 걱정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하지만, 선배는 역시 프로였다. 나는 식사량 조절없이 미친듯이 먹었지만, 어느정도 배가 찬 선배는 더이상 먹지 않았다.

 

"왜 더 안드세요?"

"너무 많이 먹으면 오후 투어를 망칠 수 있어서요"


선배의 그 모습을 보면서, 프로는 아름 다운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참고 인내함으로써. 


들에 핀 야생화가 아름다운것은, 비 바람을 참고 견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인것처럼. 가이드에게 절제는 기본이라는 것을 선배를 통해 배웠다.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선배는 커피 맛집이 있다고 하며 우리를 안내 했다. 카사바트요 위쪽으로 이동하는 선배를 따라갔다. 이윽고 따라간 그곳은...


'아니 여기는!!!'


https://www.cafedelapedrera.com/en/the-location/


선배가 이동한 그곳은 가우디의 까사밀라 작품이었다. 그곳 2층에 카페가 있었다. 가우디가 만든 작품안에서 커피를 마실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르면 그저 스쳐지나갔을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선배 덕분에.


"이야 어떻게 이렇게 곡선으로 건물을 만들었죠. 작품을 보면 볼 수록 가우디가 궁굼해집니다."


다니엘은 진정한 대식가였다.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치즈케익콰 쵸코케익을 번갈아 가면서 먹고 있었다. 

바스크지방스타일의 치즈케익과 꾸덕꾸덕한 쵸코케익은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들어갈 배가 없었다. 다니엘이 그저 신기하게 보였을 뿐이다.


"스페인에서는 꼬르따도(Cortado)를 많이 먹나요?"

"점심먹고 간단히 먹기 가장 좋아서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 셋은 가우디가 만든 화이트 톤의 기둥과 유려한 곡선이 가득한 건축물안에서 대리석 탁자위에 놓인 하얀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얀잔에는 커피와 우유를 1:1 비율로 넣은 꼬르따도가 있었다. 커피의 쌉싸름함과 우유의 적절한 부드러움이 영양물이 가득한 배속을 진정시켜주었다. 


바르셀로나의 나른한 오후, 씨에스타를 즐기고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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