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구엘공원을 떠나 다음 여행지로 간다. 다음 여행지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핫한 람블라스 거리이다. 지하철을 타고 Liceu 역을 향한다.
3호선 라인은 바르셀로나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으로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모두 가방을 앞쪽으로 옮기세요, 뒤로 매고 다니시면 누가 각 방문을 열 수도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에 비해 좁은 편이고 사람도 많이 타기 때문에 서로 부짖치지 않도록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가이드님 바르셀로나에 소매치기가 많은 이유가 있나요?"
"유럽 국가들이 이민정책에 우호적인 영향도 있고, 아프리카와 근접한 스페인으로 난민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스페인 정부에서 강력하게 대응한다면, 소매치기가 줄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렇구나. 스페인 국민들이 소매치기가 아니라, 다른 이웃 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들 중 일부가 소매치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유럽의 딜레마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유럽은 다양한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유럽의 상황이 대한민국과 비교해 보니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매치기 같은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잠시 후에 리세우역에 도착합니다. 내릴 준비하세요~"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 손님들은 모두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선배를 따라 손님들은 출구를 향해 걷는다.
나는 마지막까지 내리지 못한 손님은 없는지 확인하고 그 뒤를 쫓는다.
출구의 계단을 올라 바라본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동화 같은 풍경이었다. 푸른 하늘과 플라타너스 나무, 장미를 파는 상인들의 모습까지.
그저 꿈속에서 스친듯한 아름다움이 현실의 세계에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귓가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순간 나는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 풍경과 이 거리와 이 사람들과 이 건축물은 무엇일까?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위해 준비된 한 장면과 같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에 들었던 차오르는 기쁨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였다.
"이쪽으로 모이세요. 여기 있는 작품이 가우디가 1878년도에 설계해서 만든 가로등입니다.
원래 바르셀로나 여러 지역에 배치하려고 하였는데, 예산이 부족하여 2군데 밖에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그중에 한 곳이 레알 광장, 바로 우리가 서있는 곳에 배치되었습니다."
"가이드님, 왜 이곳에 작품을 만들었나요?"
"바르셀로나는 해상무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여서, 그것을 상징하는 의미를 도시에 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가우디는 가로등에 날개를 장식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바로 상업의 신인 헤르메스를 상징하는 의미를 바르셀로나에 이미지로 만들고 싶어 했던 거죠."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가로등에 담는 모습을 보니, 가우디는' 건축가'이면서 '작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럼 왜 2군데 밖에 배치가 안되었나요?"
"그건 가우디가 만든 디자인 설계의 가로등은 일반적인 2개가 아니라 6개였고 가스식 충전이어서, 예산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문제이구나. 결국 바르셀로나 전역에 배치되기를 원했던 가우디의 가로등은 예산의 부족하여 일부 지역에만 설치되었다.
"가볍게 사진 다 찍으셨지요? 이제 가우디가 만든 구엘 궁전으로 이동합니다."
람블라 사거리는 물결 모양의 타일이 너무 아름답다. 럼블 라스라는 말뜻이 물이 흐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물이 흘렀던 곳이었기에, 람블라스거리라는 말이 더욱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자 이제 다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가우디가 그의 후원자 구엘을 위해 만든 '구엘 궁전'입니다. 모두 흑대리석 고급 자재를 사용하여 만든 멋진 주택입니다.
구엘 궁전은 현재 바르셀로나 시에 기증이 되어, 박물관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투어 중에는 입장하지 않지만 내부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가우디가 만든 구엘 궁전의 내부는 외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웅장했다. 입구부터 구엘의 이니셜 G를 철로 장식한 가우디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철을 잘 다루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우디 아버지가 대장장이였기에 그도 훌륭한 장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습이 내부입니다."
우와~!!!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레드 카펫으로 꾸며놓은 입구 모습에서 단순한 주택을 넘어 궁전의 이미지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구엘 궁전의 하이라이트는 중정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만든 구조이다. 통풍의 '기능'과 빛의 '의미'에 조화를 느낀다.
가우디는 100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기능'의 중요성을 넘는 것이 '의미'라는 사실을 말이다. 후원자의 마음을 알고 건축에 반영했기에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예술가의 고집은 꺾지 않았다. 구엘 궁전 지붕에 모습은 알록달록한 맛동산 같은 조형물을 꾸며두었다.
집의 공간은 부자들이 좋아할 만한 클래식으로 꾸며 놓았지만, 지붕만큼은 포기하지 못한 가우디의 예술적 열정이 느껴진다.
그는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시인이고 작가이고 예술가였던 것 같다.
"구엘 궁전은 건축비가 구엘공원의 3배가 들 정도로 엄청난 작품입니다. "구엘이 가우디에게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마음껏 돈을 써"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서 구엘의 회계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가우디와 정말 많이 싸웠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가우디의 이야기였고요, 이제 그라시아 거리로 이동하겠습니다."
람블라스 거리 위쪽에 있는 그라시아 거리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새들의 지저귐, 플라타너스 나무의 향기, 그리고 그 속에 나. 여전히 나는 가끔씩 꿈을 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걷고 있는 그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