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저의 변화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해도, 미워해도 괜찮아"라고 매일 아침 다짐하는 내 마음의 '의도' 입니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부족했던 저는 '눈치' 그 자체였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불친절에도 '내 잘못일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조그마한 인사를 못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에도 상처받으며 하루종일 곰씹곤 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다보면, 아이 엄마들끼리 친해져있는데, 나는 도저히 그 무리에 낄 수 없어서 '다들 이렇게 잘 지내는데, 내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일까. 난 매력이 없는걸까. 부담스러운 사람인가?'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늘 눈치를 보고, 자책하고, 하루종일 곰씹고 그것이 나의 사회생활 이었습니다. 난 누구에게도 친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다. 가볍게 혹은 끈끈하게 어울려 다니는 무리들을 볼 때면 그 외로움은 더욱더 깊숙한 가시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2
동생을 잃고, 큰 상실감과 슬픔으로 꽤 오랜 휴식기간을 가지며 생각했습니다. 동생은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 하지만 동생은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있었죠. 겉으로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 삼켰던 수많은 감정들이 결국에 그녀를 삼켜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나를 진정으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회사를 쉬는 동안 생각해봤죠.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초라한 모습, 불행한모습을 보고 불쌍하게 볼 사람들의 시선. 처음에는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고 싫었지만, 점차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면, 사람들의 시선 중에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미워하면 어쩌지'라는 것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회사에 첫 출근하는날 생각했습니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다. 나를 싫어해도 괜찮다. 내가 별로여도 괜찮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도 괜찮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 길마다 의식적으로 다짐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매일 다짐합니다.
#3
약 10년 전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내가 감당할 것이 아닌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한 두려움은,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를 그 '시선'에 넘기기 때문에, 두렵고, 고통스럽고, 짐작하게 되고, 곰씹게 됩니다.
그 사람의 몫입니다. 나는 똑같은 나 인데, 누군가는 나를 일을 잘한다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일을 못한다 생각합니다. 어떤 누군가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내가 답답하거나 별로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똑같지만, 상황과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그들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 뿐입니다.
나를 미워하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라도, 내가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나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0번 잘 되어도 한번 흔들리면 아직은 다시 흔들리며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의식적으로 나의 마음의 의도를 그렇게 가져가서 습관하하는 것은 꽤 큰 도움이 됩니다. 반복해서 내 의도를 그렇게 심어놓으면, 생각지 못한 순간에도 그 의도대로 어느 정도 감정과 행동이 흘러갑니다.
누군가의 미움과 이상한 시선이 더이상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습니다.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 시선이 나의 몫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