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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Nov 20. 2022

나를 미워하거나, 이상하다 생각해도 괜찮아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Photo by Denys Nevozhai on Unsplash




#1

 올해 가장 큰 저의 변화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해도, 미워해도 괜찮아"라고 매일 아침 다짐하는 내 마음의 '의도' 입니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부족했던 저는 '눈치' 그 자체였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불친절에도 '내 잘못일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조그마한 인사를 못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에도 상처받으며 하루종일 곰씹곤 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다보면, 아이 엄마들끼리 친해져있는데, 나는 도저히 그 무리에 낄 수 없어서 '다들 이렇게 잘 지내는데, 내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일까. 난 매력이 없는걸까. 부담스러운 사람인가?'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늘 눈치를 보고, 자책하고, 하루종일 곰씹고 그것이 나의 사회생활 이었습니다. 난 누구에게도 친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다. 가볍게 혹은 끈끈하게 어울려 다니는 무리들을 볼 때면 그 외로움은 더욱더 깊숙한 가시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2

 동생을 잃고, 큰 상실감과 슬픔으로 꽤 오랜 휴식기간을 가지며 생각했습니다. 동생은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 하지만 동생은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있었죠. 겉으로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 삼켰던 수많은 감정들이 결국에 그녀를 삼켜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나를 진정으로 채워줄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회사를 쉬는 동안 생각해봤죠.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초라한 모습, 불행한모습을 보고 불쌍하게 볼 사람들의 시선. 처음에는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고 싫었지만, 점차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면, 사람들의 시선 중에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미워하면 어쩌지'라는 것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회사에 첫 출근하는날 생각했습니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다.
나를 싫어해도 괜찮다.
내가 별로여도 괜찮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도 괜찮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 길마다 의식적으로 다짐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매일 다짐합니다.




#3

 약 10년 전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내가 감당할 것이 아닌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한 두려움은,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를 그 '시선'에 넘기기 때문에, 두렵고, 고통스럽고, 짐작하게 되고, 곰씹게 됩니다.


 그 사람의 몫입니다. 나는 똑같은 나 인데, 누군가는 나를 일을 잘한다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일을 못한다 생각합니다. 어떤 누군가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내가 답답하거나 별로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똑같지만, 상황과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그들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 뿐입니다.


 나를 미워하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라도, 내가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나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0번 잘 되어도 한번 흔들리면 아직은 다시 흔들리며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의식적으로 나의 마음의 의도를 그렇게 가져가서 습관하하는 것은 꽤 큰 도움이 됩니다. 반복해서 내 의도를 그렇게 심어놓으면, 생각지 못한 순간에도 그 의도대로 어느 정도 감정과 행동이 흘러갑니다.


 누군가의 미움과 이상한 시선이 더이상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습니다.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 시선이 나의 몫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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