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월요일

by 아르페지오

이제 퇴사일까지 26번의 월요일이 남았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25번의 월요일만 견뎌내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요일은 항상 힘들다. 어떤 분이 사람들이 월요일에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가 일주일가장 힘든 하루를 버터 낸 것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던데 공감한다. 나도 월요일 저녁에는 남편과 맥주나 와인 한 잔을 하곤 한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 월요일 오전 8시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서 5시 반 전에는 출발해야 했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상하게 월요일 출근길은 교통이 훨씬 더 막힌다. 대부분의 회사가 월요일 오전에 회의를 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여하튼 평소처럼 6시 반쯤 집을 나서면 8시 30분에야 겨우 사무실에 도착하기 때문에 월요일엔 항상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집을 나서곤 했다.


월요일에는 5시 30분쯤 출발하는데 이렇게 일찍 나가면 30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어서 회사에서 동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에 올라가서 해 뜨는 것을 감상하거나 새벽 풍경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하고 8시 회의에 발표할 내용을 체크하고 자료를 최종 리뷰한다. 그리고 이번 주에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해보고 한주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7시에서 7시 반 정도가 된다. 그런데 나는 이때부터 오전 회의가 시작하는 8시까지 겨우 30분 남짓 사무실에 있는 것이 이상하게도 싫었다. 새벽부터 회사에 와서 일한 것도 억울한데 할 일을 다했는데도 사무실에 갇혀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새벽에 일찍 오픈하는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삼성역 근방에서 7시 반에 오픈하는 카페 중 하나에는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문하는 데에만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겨우 30분을 보내려고 카페를 찾는 나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스타벅스에 있다 보면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 동료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회사에서 잠시 도망가려고 카페를 찾은 건데 회사 사람들을 계속 만나서 인사하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 버리니 스타벅스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두 번째로 찾은 카페는 투썸 플레이스 공항터미널점이다. 이곳은 새벽부터 가동 중인 공항 터미널 때문에 7시부터 오픈하는데 매장이 너무 좁아서 앉아 있을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몇 번 가다가 겨우 30분 앉아 있는 것조차 불편해서 찾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여행객이 없어서 공항 터미널이 한산할 테니 이 카페도 오전 7시에 오픈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찾은 안식처는 테라로사 코엑스점이다. 테라로사 매장은 멋지고 넓은 인테리어 덕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매장이 넓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 숨어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평소에는 케이크류는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월요일에는 새벽 5시 반부터 출근해서 발표 준비를 마친 나에게 상을 주는 의미에서 케이크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30분을 꽉 채워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 후 회사로 복귀하곤 했다. 이러다 보니 항상 월요일 아침 테라로사 매장의 첫 손님이 되곤 했는데 생각보다 새벽에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나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하고 매장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곤 했다. 대부분 코엑스에 전시회나 행사가 있어서 준비하려고 온 사람들 같았는데 지금은 이런 사람들도 없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테라로사 코엑스점

요즘은 재택근무 중이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 반에 출근할 필요가 없지만 몇 년 동안 굳어진 습관이라 월요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8시에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발표를 하면 되는데 새벽 4시에 눈을 뜨니 오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요즘은 이렇게 글을 쓰거나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곤 한다.


오늘 월요일 회의 때는 엿 같은 매니저(나의 매니저에 대해서는 나의 IT 생존기 10 : 이런 엿같은 매니저라는 글을 참고하면 된다.)가 무슨 엿같은 소리로 나의 속을 뒤집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을 보내고 나면 나에게는 이제 25번의 월요일 회의만 남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한 주를 준비해야겠다.


문득 이런 지긋지긋한 추억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울까 궁금해진다.


사진은 그동안 내가 마셨던 테라로사의 커피이다. 테라로사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매번 다른 커피 잔에 커피를 준다는 것이다.


요즘은 재택근무 중이라 나름 집에 있는 커피 잔들로 테라로사 분위기를 내보려고 노력 중이다. 예쁜 그릇 사는 것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모아 놓으신 커피 잔들을 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써 본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정말 여유 없이 살았는데 재택근무 덕분에 이런 여유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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