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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pr 17. 2023

이것은크리에이터텃밭입니다 '새로 만든 미나리꽝 1'

텃밭 사유를 니체와 함께......

___@___

이번은 웬일인지 바빠서 새로 만든 미나리꽝을 자랑할 시간이 없었다. 사진은 앨범 한 개 만들 분량으로 밀려 있는데 말이다.


4월은 나에게 노동의 계절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4월 초순에 작업한 미나리꽝이다. 이번  텃밭은 작년 텃밭에 비해서 직사각형이고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에 미나리꽝을 더 크게 만들기로 했다.


내가 상상하는 미나리꽝은 맑은 물이 고이고 그 수면에 하늘과 주변 풍경이 보이는 미나리꽝이다. 그러자면 크기가 커야 한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결국 아주 조금만 더 커졌다.



___텃밭1____

작년에 비해 작업은 수월한 방식을 택했다. 차나무 분갈이도 처음보다 훨씬 수월한 방식을 택했었다.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덜 힘과 시간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___ 니체의 귀족이란___



결국, 니체의 '귀족적'이란 것은 디테일한 방식에서 보자면 어떤 순서를 지키면서 그 과정을 축약하거나 제외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 현대로 올수록 어떤 과정들은 생략되거나 변형된다. 반면에 이 변형에 의해 문명은 한 시대를 가르는 분기점을 만들기도 하였다. 니체는 이것을 처음에 부정한 듯이 말하지만 결국 이것을 긍정하였다고 생각한다.


작년과 올해 두세 번의 미나리꽝을 만들면서 드는 생각은  원본은 언제나 단 한 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미나리꽝은 그 원본의 다양한 변주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나의 미나리꽝이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작년 미나리꽝의 변주가 될 것이다. 그때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존재였으며 무수한 기호들인 무의미이었으며, 연결된 의미였다. 그것은 내 안에 있던 그 무엇의 변형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니체를 생각해 보자면, '귀족'은 바로 '원본'과 등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왕이나 귀족의 귀족으로서가 아니라, 시작점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최초의 체계와 여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뭔가를 함에 있어서 그 처음의 강렬함은 잊히지 않는다. 처음이란 각인과 같다. 그러니 처음이란 그 자신에게 각인된 그 순간이 처음일 것이다. 거기서 새로움은 복제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귀족이란, 니체에 의하면 그 '귀족'은 시대가 흘러 흘러 정신으로만 남아 있고 의미로만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하였으니, 우리가 어떤 활동에 의해 각인된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정신으로 유전된 그 정신을 체험하는 것일 거다.


사람에게는 바로 이러한 것을 자각하고 각인하는 상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술성일 것이고 예술적 체험일 것이며, 미적 자각일 것이다. 정신화된 것을 정신으로 느끼는 것 말이다.




___텃밭 2____

땅을 파고 고르는 중인 박농민

미나리꽝이 될 곳의 구덩이 아래 흙을 더 파보니 아랫바닥이 단단한 흙이라서 물이 그다지 잘 빠지지 않는 흙이었다. 해서 바닥에 돌은 깔지 않았다. 파놓은 직사각 구덩이에 비닐을 깔고 비닐을 작은 돌로 고정한 후 반죽한 흙을 붙이고 그 위에 흙을 덮고 다시 돌로 둘렀다.



미나리꽈히 될 구덩이 다 판 후 박농민이 크기를 재는 중. 박농민을 심자!


박농민이 삽으로 구덩이에서 흙을 퍼냈다. 텃밭 시작은 언제나 땅을 파줄 이가 필요하다. 그걸 박농민이 즐기면서 해주니 나는 고마웠다. 그래서 그 후 우리(박농민은)는 텃밭 덕질 중이다. 캠핑도 안 가고 주말을 텃밭에 반납 중이다. 사각형태가 잡히자 나는 힘든 줄을 몰랐다. 여기에 미나리와 물이 담기면 정말 이쁘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1차로 완성된 새 미나리꽝.  미나리꽝 주변에 심은 것은 작년 이웃 텃밭 쌤이 준 '달맞이 꽃'


___텃밭 3____

조금 더 크기를 늘릴까? 고심하다가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텃밭만 가면 해가 진다. 땅거미 질 때 지쳐서 집에 돌아온다. 누가 보면 겁나 대농인 줄 알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무지무지 피곤했었다.




#네버엔딩_미나리꽝

#텃밭사유_니체를_이렇게_알아가요_내방식

#4월_흙은_좋아요


사진 좌측은 수로, 박농민 작품.


소인국의 거인


석양의 햇살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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