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야 하는데 나의 뇌는 아직인가 봐. 유튜브를 들으면서 배 깔고 누웠어. 이때 유튜브는 그냥 배경 음악처럼 다가와. 집중하다 말다 하는 와중에, 나는 지금 머릿속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게 돼. 그래서 유튜브를 틀어 놓고 생각을 하는 중에 이건 음악 듣고 있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했어. 한쪽 다리를 개구리처럼 펴서 소파 아래로 떨구고, 한쪽 다리로는 소파 바닥을 툭툭 내리치고 있는 내 풍경을 보았어. 그때 내가 '멈춤'에 있다는 것을 지각했어. 이런 무의미적인 신체 움직임은 내 의지는 아니었어. 그런 신체의 움직임에서 무의미가 전달되었어. 그런데 이런 무의미의 무료함이 실은 또 다른 반복이란 자각이 왔어. 이런 느낌은 시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어. 생각해 봐!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벗어나서 갑자기 무의미적인 행위를 하거나 무료함에 몸을 맡긴다면, 그것은 사이 시간일 테지. 불현듯 어떤 틈이 생긴 거지. 반복적인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우리의 인식 상에서 보자면, 그것은 어떤 간격 같은 것일 테지. 속도가 조절되는 중에 갑자기 텅 빈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 거지. 그때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공백은 인간은 멈추게 만드니까. 갑자기 끊긴 거지.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길이 끊긴 그런 느낌인거지. (여기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른다면 그 역시 어느 면에서는 유사한 것이므로 맥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 길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길이야. 여기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중인 거지. 바로 그것이 변화야. 길이 쭉 이어져서 연결만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무의미와 무료함 그리고 갑자기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은 휴식이 아니라 조정인 거야. 이상한 건 빈 공백감의 시간이 반복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지. 나는 이러한 패턴은 큰 틀에서 일어나는 조정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를테면 어떤 것이 재구성되는 동안 사람은 그 사이의 간격 안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대체로 사람은 이런 시간이 찾아오면 당황하거나 허무해하거나 어떤 좌절감과 무기력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것 같아. 아마도 그 텅 빈 공간감과 멈춤의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일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것을 그냥 감당하라고!
장맛비가 온다. 어느날 문득 드러난 후에 미완의 것으로 남은 것들은 실은 그 자체로 이미 완결된 것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다시 재구성되는 것인지도. 그러니 끝까지 지켜보아야 해. 눈을 떼지마. 미완의 것들은 인간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양식화시키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는 것일거야. 그런데 또 예술은 일기일회, 그러므로 오히려 완성인 것. 사진을 찍기위한 연출 그 차체로 미학은 추구되는 것. 자기안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은 바로연출. 그 무구한 생산성이야말로 예술성 그 자체. 자기안의 세계를 드러내는 연출. 디렉터의 관점으로 올라서기. 이것은 역시 반복이지만 그것은 더 큰 회전이므로 비반복인 것. 그러니 끝까지 지켜보아야 해. 장맛비 내리는 소리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