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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ug 20. 2024

비와 멀미 그리고 미션 클리어

구름의 징조와 캠핑 하산과 일상 복귀의 사이에서

하늘 구름이 풍성했다

하늘에 구름이 없었다면 심심해서 어쩔 뻔했을까

여주 휴게소에 잠시 들렀었다

군불 때는 솥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다시 차 안

구름 감상하는 데

저 멀리 구름이 수상하다

비가 오나 보다

그 구름이 뭉친 곳 아래에 도착하니 폭우가 쏟아진다

오늘 텃밭에 물 안 줘도 되겠구나!

시원하게 있다 왔으니

더위 한 김 씻어주는 구름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딱 그곳에만 극소적으로 내린 세찬 소낙비였다

고속도로 위에서는 마그리트적인 뭉게구름이 허공에 가득하더니

이곳에는 힘적인 먹구름이 비를 내리고 있다

흰구름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여 귀엽다

먹구름은 짙은 보랏빛으로 변신하다가 이내 먹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뭔가를 가득 머금은 먹구름은 힘적인 구름이다

도로 위에 물방울이 안개처럼 튕기고 있다

빗길 도로 위에 차가 흔들흔들

와이퍼는 바쁘게 왔다 갔다

속이 찔끔찔끔 울렁울렁하였다

산에서 내려올 때 급 커브 길이 많아서 어지러운 듯  울렁울렁

빗길 위에서도 속이 울렁울렁

이것은 멀미인가!

시원한 곳에 있다 오니 이 더위가 적응이 안돼!

오늘은 저녁 무렵 막판에 텃밭에서 땀을 비 오듯이 흘렸지

그런데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모기 물린 곳이 가려우면 불쾌해

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늦은 시간

늦은 시간은 흡혈귀 출몰 시간

도무지 시간 조정이 어려운 여름날이다

올여름 흘린 땀이면 텃밭에 물 안 줘도 될 듯한데

그래도 물은 물이니까

올여름 흡혈귀에 자진 헌납한 내 피는 소 한 마리도 키울 영양분일 듯하다

저녁 무렵 운동 산책 하는 마을 주민 분께서

일부러 말씀을 하고 가신다

"이렇게 이쁘게 가꿔 주셔서 오며 가며 보면서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땀 범먹이 된 내 얼굴은 절로 웃음이 만연하다

"저도 좋고 보시는 분들도 좋으니, 저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보는 사람들이 고맙지요!"

"이쁘게 보고 가시니 저도 고맙지요!"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 말은 고심 끝에 했을 수도 있고, 우연하게 이렇게 마주칠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나는 틀에 박힌 것 같은 화답을 한 것 같지만, '아니다' 텃밭정원을 가꾸면서 진정으로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에 절로 화답의 표현이 저렇게 나온다

왜냐하면 힘은 들지만 힘이 드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손과 몸을 움직이는 동안은 그 안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시간이 좋다

행하는 나의 퍼포먼스

오고 가는 이들이 늘 보는 곳에서 노동을 한다는 것이 때때로 어색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마음먹으니 괜찮아졌다

틀에 박힌 화답과 인사의 말들에 틀에 박힌 인사의 화답은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

이미 그러한 생각이 장착되어 있어서 나온 말이다

나도 좋고 보는 이들도 좋은 공생

나의 수련은 이렇게 사람들과 미소 지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 완성되는 미션이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인사를 표현해 주셨다

오늘은 그중에서

이런 생각 들었다

아, 어느 순간에 내 안에 갈등이 없어졌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미션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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