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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파먹고 살 거라는 말

우리 사회에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

by 아란도



독자에게 몽테뉴는 "진솔하게 쓴 것, 사적인 목적 이외에 다른 어떤 목적도 없음, 내가 그려 보이는 건 바로 나이기 때문, 내 결점이며 생긴 그대로의 내 모양이 여기서 읽힐 것, 나 자신이 내 책의 재료이다. 이처럼 경박하고 헛된 주제에 그대의 한가한 시간을 쓰는 것은 당치 않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옛사람들이 겸양지덕으로 내 허접한, 또는 부족한, 또는 망상이라고 폄하하여 그 자신의 작품을 말한 것들에 대해, 또한 요즘 사람들이 "오다 주웠다"하며 건네는 해학적인 말에 대해서, 어떤 공명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군소리하지 말아라, 토 달지 말아라'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어렵게 건네는 내 성의를 무시하면 민망할 거야'라는 우리 시대의 비전이 함축되어 있다. 이것을 보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 교양인 것이다. 한 시대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일은 비교 대상도 참고사항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러한 것만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여명의 빛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를 사는 이들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대한 평가에 자연히 미리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뭔가를 시도하는 그때는 어떤 목적보다는 그 자신을 극복하고자, 살아가고자 시도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그 자신의 순수성이 있는 것이다. 이 순수한 욕망에서 열정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그 표현은 '겸양지덕'의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은 겸양한 자세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넘어서면 일종의 불안감과 민망함이 사람에게는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에서 비릿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목숨 거는 방식을 나는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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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시도가 시대를 넘나 든다. 이런 해방감이 주는 몽테뉴의 <에세>가 좋아진다. 그 사람처럼 생각해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엔 몽테뉴가 되어 몽테뉴처럼 <에세>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자신 안에 타자를 수용하여 함께 거주한다는 것은 내면에 송곳 하나를 안고 산다는 말과 같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대상을 이해할 수 없다. 사물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윤상현처럼 윤석열과 혼연일체가 되는 방식은 곤란할 것이다. 누가 윤석열인지 윤상현인지 모를 그런 해괴한 정체성을 만들어 혼미해지는 것을 의미함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것은 우상숭배로 가버린 것이다. 우상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하나의 쇼에 동원된 형태다. 우상의 자리에 그 누구를 가져다 놓아도 그들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약에 취할 수는 있다.


윤석열의 말들은 온통 인지부조화적이다. 듣고 있으면 뭔가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는 온통 불쾌감이 가득하다. 그 불쾌감이 그 자신들을 괴롭힌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해진다. 그렇게 하나의 악이 되어간다.

때로는 그런 상태에 대하여 연민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2024년 11월 어느 날 하늘을 흐르는 구름을 보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어떤 마음이 머금어졌고, 나는 이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연민을 거두자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것은 박근혜 탄핵 때부터 내 안에 남아 있는 찌꺼기 같은 것이었다. 어떤 무거움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때 그런 마음이 먹어졌던 이유는 내가 나를 단련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때 나는 니체 15권을 읽으며 어떤 고통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2025년 1월 16일이다. 정신병동 같은 대한민국 안이지만, 이 안에서 우리 모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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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접속하여 그 사람처럼 생각을 한다는 의미는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나도 보는 것이며, 나도 몽테뉴처럼 글을 써보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사람이 느낀 것과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이해하게 된다. 이해가 되면 나는 그 생각을 내 안에서 한데 뒤섞어서 새로운 나의 것을 만들어 내게 된다. 내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내 것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내 안의 재료들을 모으는 일이기도 하다.


그 언젠가 '나는 이제 나를 파먹으며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그 말의 의미는 바로 몽테뉴의 " 나 자신이 내 책의 재료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들어온 것은 모두 나이며, 나의 재료를 구성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응축하고 있는 '나 자신을 파먹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이야말로 내 글의 재료가 된다는 의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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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 #몽테뉴 #등신불 #피에타 #숭고 #유관순누나 #이미지 #하강과상승 #비극의카타르시스 #우상숭배



뒤에서 보면 등신불

뒤에서 보면 등신불

뒤에서 보면 등신불, 나는 화면에서 보이는 뒷모습만 캡처했다


앞에서 보면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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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보든 앞에서 보든

그것은 하나를 관통한다

이 이미지가 우리를 정화시킨 듯하다

젊은 청춘들의 자기 하강을 통하여 우리는 정신으로 상승하였다

여기에서 숭고미가 나오는 것인 듯

그날 새벽 그 먹먹함에서 흘린 눈물이

숨을 쉬게 하는 것인 듯

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 만들어졌다

그것은 참으로 강렬하다

어쩌면 이것은 소통일 것이다

자기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모두 같은 메커니즘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ai가 칼라로 복원한 사진 영상 캡처, 유관순 누나

mbc 인터뷰에서, 빛의 집회에서 '유관순 누나' 닮은 여학생 발견! 초상권으로 사진을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 올림(캡처한 지는 꽤 되었음). 빛의 딸들이다.

작년 겨울 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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