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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독서 결산

짧은 생각들

by 김알옹

9월에 읽은 책들입니다.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류츠신 <삼체 1부 : 삼체문제>


넷플릭스 드라마로 먼저 본 삼체.


위화의 소설에서도 그랬지만 문화대혁명은 대체 얼마나 많은 중국인에게 상처를 준 시기였을까. 외세의 침략에 의한 압제가 아닌 내국인끼리 사상의 차이 때문에 개구리 밟듯 사람을 쉽게 죽이고 괴롭힌 한 세대의 상처가 잊히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드라마를 먼저 봤기에 양쪽을 비교하면서 흐름을 이어나갔다. (지자 두 개가 머릿속을 날아다녔다고!) 책과 영상이 주는 재미는 역시 장단점이 뚜렷하다. 연기자는 책에서 서술하는 인물의 생각까지 100% 표현할 수 없다. 반면 단어와 문자 안에 담긴 내용을 시각에 새겨 넣는 건 단연 영상이 최고다. 돈 펑펑 쓰는 넷플릭스라면 더더욱. <작전명: 쟁> 이 작전을 영상에 그대로 재현하는 넷플릭스와 데이비드 베니오프+DB와이즈(삼체 드라마 제작자=왕좌의 게임 제작자) 만세! 정말 충격적으로 썰려나가는 선체와 사람들이었다.


2부와 3부를 다 읽고 또 써야지..




류츠신 <삼체 2부 : 암흑의 숲>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우주를 있는 그대로 비춤으로써 자신을 감추는 것이 영원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왜 '암흑의 숲‘인가?


예원제가 뤄지에게 전하고 간 우주사회학의 공리 네 가지는 1. 생존은 문명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2.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 3. 의심의 사슬 4. 기술의 폭발이다. 즉 우주에서 문명이 성장하면 자원의 부족으로 생존의 문제가 부딪히게 되며, 상호 간의 교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우주의 다른 문명을 만나게 된다면 해당 문명의 발전 여부와 관계없이 (왜냐하면 기술의 폭발로 인해 발전 정도는 금세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려고 상대를 쏘게 된다. 이런 암흑의 숲 안의 사냥꾼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말.


그래서 상대방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거나, 순진하게 자신의 위치를 다른 우주에 밝히는 즉시, 노출된 세계는 다른 우주의 공격을 받게 된다.


1부에서 넷플릭스가 영상화시킨 Judgement 썰기 장면이 있었다면 2부에선 삼체문명이 지구로 보낸 물방울 탐사선 한 대가 지구의 우주 함대를 한 땀 한 땀 날려버리는 장면이 있다. 얼른 시즌 2 만들어줘요…




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 권 사원 편>


동명의 웹툰이 재미있어서 읽어봄.

현재까지 웹툰 진도가 1권 마무리라 책은 2,3권을 읽어봤다. 쉽게 읽히는 책이다. 유튜브 영상으로 치면 쇼츠 같은 느낌이랄까..


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강의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도 보고 배울 만한 메시지들이 많긴 하지만, 억지 디톡스에 괜한 부담을 느끼는 게 오히려 역효과 아닐까.




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저기 작가님.. 이걸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 건 아니겠죠..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 교조적인 주제의식이다. 이대로 따라 하지 못하면 뒤쳐지는 듯한 조급함과 열등감을 더 심어주게 된다. 재테크에 성공해서 서울에 제 집을 갖고 좋은 입지에 땅을 잘 사놓아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주인공의 목표, 그래 좋다. adhd도 있고 어릴 적 가난도 있고, 동기는 충분하다. 그런데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주인공 송 과장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2권에서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인스타 자랑 게시글이랑 이 책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축하합니다 송 과장의 성공. 수많은 20대 애들이 이걸 읽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순걸 <학교 외부자들>


경상도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의 책. 전작 ‘학교 내부자들’은 반쯤 읽다가 너무 내부 이야기어서 점점 흥미가 떨어지길래 읽기를 멈췄다.


이 책은 구세대 교육공무원들과 교육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관료주의에 물들어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사-학생-학부모 관계에서 교사들이 속한 조직이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으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까…(물론 조직 안의 교사 개개인들의 사명감으로 굴러가고 있을 거라 믿는다.)


책 한 권이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향력이 있길 바란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써놓으셨음!




한동수 <검찰의 심장부에서>




바바라 킹솔버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제프 구델 <폭염 살인>


올해가 남은 삶에서 가장 시원한 해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2024년은 9월 중순까지 낮 기온 30도가 넘는다. 대체 앞으로 어떤 더위 안에 살아야 하는지 무섭다.


더위가 인간, 경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잘 정리한 책이다. 특히 열사병 부분은 나도 한 번 응급실에 가본 경험이 있어서 더 와닿았다. 내 체질은 나이 들면서 더위를 더 못 견디게 바뀌고 있는데 큰일이다…




에르난 디아스 <먼 곳에서>


저자의 다른 책 <트러스트>의 신선함을 믿고 빌려온 책인데, 미국 골드러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제시장> 영화 느낌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호칸은 스웨덴에서 형과 둘이 배를 타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데 배를 갈아타면서 형을 잃어버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형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광야를 헤맨다. 좋은 사람들을 몇몇 만나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는, 혼자다. 끝까지, 홀로.


이제는 목적을 잃은 듯이 보이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내딛는데… 그만 전진하고 이제 좀 멈추면 좋겠다 싶을 때 책이 끝난다. <레버넌트> 영화에서 쓸쓸함과 고독만 뽑아낸 느낌?




이기호 <눈감지 마라>




김연수 <디에센셜 : 김연수>




원재희 <평양냉면>




<디에센셜 :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 킬리만자로의 눈, 노인과 바다 세 작품이 참 읽기 좋았다.


노인과 바다를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다시 읽으니 산티아고 할아버지의 숭고한 싸움이 다른 각도에서 참 부러웠다. 나도 늙어서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을 노련하게 해내는 노인이 되고 싶은데 그 일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밥벌이하는 일은 확실히 아니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크으…


책의 마지막엔 스콧 피츠제럴드와의 로드트립 이야기가 실려있다. 허세 가득하지만 병약한 댄디남과 그런 그를 속으로 무시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챙겨주는 마초남의 기묘한 조합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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