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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여행 Jun 27. 2019

홍콩 갤러리 투어 1-페더 빌딩

유럽/북미 미술의 플랫폼 홍콩


이 글은 홍콩 아트 바젤 갤러리 투어 전야제로 홍콩 도심에 있는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홍콩 갤러리 투어' 포스팅은 페더 빌딩을 시작으로 H QUEENS'/White Cube /Edouard malingue 이렇게 총 4편까지 이어질 것이며 아트 바젤이 아트'페어'로써 전 세계 갤러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면,

유럽/북미를 베이스를 둔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홍콩 '도심'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에서 홍콩 아트 씬이 아시아 중에서 얼마나 크고 더 나아가 홍콩 사람들의 문화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콩 도심에서 갤러리 구경한다면 페더 빌딩 Pedder Building/H'Queen's Building 이렇게 두 곳을 들어봤을 거다.

굵직한 갤러리는 페더 빌딩에는 가고시안 gagosian 갤러리가 있고 H'Queen's 에는 데이비드즈위너 David Zwiner 갤러리가 있다.

약간 뉴욕 첼시 갤러리 구경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으로 갤러리가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갤러리 구경하기 딱 좋은 코스이다.

그중에서도 먼저 Pedder Building을 소개해볼까 한다.


일단, 페더 빌딩에 있는 갤러리는



3층

벤 브라운 파인아트 Ben Brown Fine Arts Gallery HongKong

마시모 드 카를로 갤러리 MASSIMODECARLO Gallery

사이먼 리 갤러리 Simon Lee Gallery

4층

한 아트 갤러리 Hanart TZ Gallery

리만 머핀 갤러리 Leemann Maupin Gallery   

6층

펄 램 갤러리 Pearl Lam Galleries

7층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한 아트 갤러리를 빼고는 대부분 유럽에 베이스를 두고 홍콩으로 들어온 갤러리들이기에

유럽 작가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 나는 한 아트갤러리 Hanart TZ Gallery와 벤 브라운 파인아트갤러리 Ben Brown Fine Arts Gallery HongKong에서 보았던 전시가 가장 인상 깊었어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한 아트갤러리 Hanart TZ Gallery  
Yeh Shin-Chiang 'Edge of Sea and Sky'

작가는 광저우 출신으로 타이완에 정착하면서 2차 대전 이후의 서양 모더니즘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모더니즘'이라는 단어에 영감을 받아서 중국 동양화를 기본으로 한 '중국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것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단순히 서양 스타일(오일, 과슈 페인팅)을 따라가는 것에 관심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표현을 비교하여 본인의 페인팅 스타일로 발전시킬만한 요소들을 찾게 되고 그 둘을 비교해가면서 점차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 해나가게 된다. 

이러한 전통에 반하는(iconoloclastic) 성격으로 기존에 있던 규칙들을 부수고 작가 본인의 스타일을 구축하게 된다.(한 아트 전시 프로파일 번역)




중국 전통화를 재해석하고 응용시켰다는 면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적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hanart TZ Gallery 전시장 전경


전시장에는 대부분 풍경화가 주를 이뤘고, 중간중간 이어지는 정물화, 서예들이 인상적이었던 전시였다.


Century-old Plum Tree (Old Villa)《百年老梅(老豪宅)》, 2011
The Garden 《茶座》, 2010    /White Butterfly 《白玉蝶》, 2012  출처:ocula


중국 풍경화의 구도(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시골 어느 마을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붓 자국, 물감들을 가미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식은 풍경화뿐만 아니라, 서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Who will be the first to awaken from the dream?, 2011, ink on paper


이렇게 서예 작업에서는 한문을 썼지만, 반대로 붓글씨 특유의 휘갈김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게 느껴지기도 한다.


Goblets (Glass Cabinet next to Dining Table) 《高腳杯(餐桌旁杯櫃)》, 2006  / "Jieziyuan Huazhuan Lotus Flowers


왼쪽 정물화 같은 경우는, 유화이지만 최대한 얇게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이것이 단순히 유화물감의 성질(두껍고 불투명하고 붓 자국을 거칠게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을 제대로 이해 못한 것이 아닌, 오른쪽 동양화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맑은 색감, 얇은 레이어를 반영한 것이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연필 스케치 자국을 그대로 내버려둔 것도 미완성의 흔적이 아닌, 동양화에서의 작업처럼 흔적을 억지로 지우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작가가 직접 사용했던 페인팅 도구들, 그리고 자료들


전시장에서 이 섹션이 사실 가장 인상 깊었다.

서양화-동양화의 가장 첫 번째로 큰 차이는 물감이 달라짐에 따른 도구인데,

작가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도구에 대한 연구가 먼저 뒷받침되었다는 것이 처음부터 작가 본인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기 위한 기반은 착실히 다져나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 작업들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동양화의 또 다른 가능성들을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고 

발전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덧붙이자면,

이렇게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생각은 본인의 정체성에 자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절대로 실행할 수 없는 일인데 

그 자부심과 자신감이 너무나도 부럽고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문화유산을 양산해내는 근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 브라운 파인아트 Ben Brown Fine Arts Gallery HongKong 
Yoan Capote : Territorial Waters





두 번째로 기억에 남았던 벤 브라운 갤러리.

한 아트갤러리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한 아트갤러리가 중화권, 동양권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갤러리라면 

벤 브라운은 런던에서 먼저 시작된 갤러리로 서양권 작가들 전시를 만나볼 수 있는 갤러리이다.



작가의 바다 풍경화는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던 쿠바섬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은 바깥세상에 대해 경험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었습니다. 

그에게 바다는 꿈에 대한 열망이자, 고립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는데 이러한 이중성이 그의 작품에서 낚시 갈고리를(fishhooks) 사용함으로써 바다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많은 쿠바인들의 이주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낚시 갈고리를 이용한 기법은 촉각적으로 방어막 앞에 서는듯한 경험을 느낄 수 있으며, 먹이에 대한(꿈) 유혹 그리고 먹을 쟁취하기 위한 함정(꿈을 이루기 위해서 육지로 가야 한다는 위험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또한, 작가는 이 작업을 갤러리에 전시할 때 평면적으로(180도)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직각, 곡선)으로 전시를 하는데 이러한 전시형태는 관객이 물에 둘러싸여 있는, 섬에 고립되어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BENBROWN FINE ARTS 자료 번역)



이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어린 시절 성장배경뿐만 아니라
'쿠바'라는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지식,
그리고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였다.

sla (Melancolía), 2018,sla (Refugio), 2018


작품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melancolia;슬픔

refugio;피난처


바다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한 작업이라고 느껴진다.

이렇게 두 작품이 평면(180도) 작업으로 바다에 대한 풍경,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업이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입체적인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sla (Convergencia), 2018


이 작품은 화면을 좀 더 입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단순히 풍경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작가가 쿠바에 있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고립됨, 육지에 대한 열망, 이주)을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직접적인 표현방법이 눈에 띈다. 




이 작업은 실제 전시장에서 보면 패널을 앞뒤로 배치하여 관람객이 작품으로부터 360도 둘러싸일 수 있게 (강강술래 하듯이 가운데를 비워놓고 원을 그리듯이) 전시가 되어있어서 정말로 말 그대로 바다로부터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작가의 시그니처 아이템 낚시 갈고리는 촉각적으로 굉장히 날카로운 물건이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저 끝에 먹이를 매달아 놓는다면 굉장히 매혹적인 물건이 된다. (마치 장미의 가시처럼)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작가는 촉각적인 감각으로써 이 갈고리를 이용했다면, 나는 사실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저 갈고리 끝부분의 날카로운 부분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저 부분으로써 상처 입은 캔버스의 표면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저 갈고리가 어느 정도로 치명적이고 어느 정도로 극심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를 여실히 관찰할 수 있었다.


사실 [공산주의, 이주민, 고립감, 정치적 불안정화]라는 주제를 썼을 때 많은 작가들이 독일의 표현주의를 인용해서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봐왔어서 YOAN CAPOTE 작가의 표현방법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현방법이 신선하지만 너무나도 직접적이다 라는 것.

굳이 전시 프로파일을 읽어보지 않아도, 캡션을 읽어보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는 부분이 아쉽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업물이 있다면 

조금 더 작가의 디벨롭(develop) 과정이 보이는, 관객들이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이 몇 개 더 추가되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표현방법은 다른 전시에서도 눈길을 끄는 요소이다.


Installation view, Yoan Capote, Laboratorio, 2012 Photo: Cuban Art News
Yoan Capote, Laboratorio (detail), 2012 Photo: Cuban Art News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 링크로 들어가 신면 전반적인 프로파일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cubanartnews.org/2015/06/09/exhibition-close-up-yoan-capote-collective-unconscious/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서도 기억에 남았던 한 아트, 벤 브라운 갤러리의 전시들-

사실, 이렇게 두 곳만 포스팅하고 나머지 갤러리들은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분위기나 전반적인 작품 성향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거 같아서 따로 후기는 덧붙이지 않고 사진만 덧붙여봅니다-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 Cezanne, Morandi, and Sanyu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게 갤러리에서 자체 제작한 화집도 구경할 수 있다.(구매도 가능하다)






리만 머핀 갤러리 Lehmann Maupin - Erwin Wurm



사이먼 리 갤러리 Simon Lee Gallery - Heimo Zobernig





펄램 갤러리 PearlLam Galleries -Leonardo Drew Solo Exhibition






이렇게 홍콩에서의 첫 갤러리 투어, 페더 빌딩이 끝났다.

갤러리 투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홍콩은 미술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 asia와 유럽/북미 그리고 전 세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날 방문한 아트 바젤에서는 유럽을 뛰어넘어 아프리카, 남미의 갤러리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갤러리뿐만 아니라 아트 매거진(예술잡지) 부스 (booth)들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단행본(원서)도 직구로 한 달 가까이를 기다려야 읽을 수 있는데 월간 예술잡지를, 그것도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예술잡지를 그 자리에서 읽고,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다양한 인종 문화와 , 많은 아티스트들의 철학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내가 예술여행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있는 갤러리만 갔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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