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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여행 Oct 21. 2019

홍콩 아트바젤: 갤러리로 세계 일주하기②- 북미

뉴욕 Greene Naftali 갤러리

아트 바젤 홍콩: 갤러리로 세계 일주하기 두 번째 포스팅 북미 편이 되겠다.

사실 북미 하면 미국인 것이고 미국에서 아트 씬이 큰 도시라 하면 다들 '뉴욕'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북미 아트 씬 하면 뉴욕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또 아트 바젤 현장에서도 북미 갤러리는 뉴욕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LA도 있지만 숫자가 현저히 적었다.)


이번 북미 편에서는 뉴욕의 갤러리 Greene Naftali 갤러리의 Paul Chan 작가를 소개해볼까 한다.



paul chan- the body of gertrude,model (bender or inhaler with shoes) , model (duo with towel and bag


일단 내가 갤러리 부스에서 보았던 작품은 이렇게 두 가지이고 첫 번째 작품은 뉴욕 모마 MoMa에서도 보았던 작품이라 더 눈길이 갔다. 오른쪽 작품이 작가의 최근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2D작품을 좋아하는지라, 왼쪽 작품 the body of gertrude(truetype font)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Paul Chan
paul chan - the body of gertrude (truetype font)


작품의 첫인상은 플럭서스 fluxus 가 떠오를 만큼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느낌이 강한만큼,

처음 전시장에서부터 '깊이 알고 싶다/ 리서치해보고 싶다'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여행 다녀오고 나서 갤러리 자료 정리하면서 눈에 띄었다.

사실 이 작품은 'SADE FOR SADE'S SAKE'라는 전시의 일부 작품이었고 

전시의 전반적인 작품을 둘러보면 좀 더 이 전시에 대해서 깊이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Paul Chan - Sade for Sade's Sake


SADE FOR SADE'S SAKE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마르키 드 사드 Marquis De Sade의 소설에서부터 영감을 받은 전시이다. 작가는 무빙 이미지, 잉크 드로잉, 조각, 컴퓨터 폰트 작업으로 마르키 드 사드가 어떻게  섹스, 자유, 폭력에 중독되어있는지를 상기시켜주며 이러한 원인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ade for Sade's sake, 2009 digital video projection
Sade for Sade's sake, 2009 digital video projection


Sade for Sade's sake 주요 작품인 무빙 이미지 작품은 바닥에 놓인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갤러리 벽에 비추어 보이고 있다. 작품은 각각의 45초의 장면들로 이루어진 장면들로 이어지면서 한 편의 시를 연상되기도 하는 작가의 작품은,  그림자처럼 떨리는 다소 추상적인 형태들이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성(sex), 그리고 자유, 폭동, 예술을 뒤엉킨 이미지로써 표현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Sade for Sade's sake



또 다른 메인 작업으로 잉크 드로잉으로 사드의 소설 속 장면을 21개의 글자로 변형한 작품이다. 

실제로 이 폰트는 다운로드 가능하며 알파벳 안에 사드의 소설, 시(poem), 그리고 현대사회의 사건 속 에로틱한 장면들이 녹아져 있다.- 예를 들어, 사드의 소설 나르시스(narcisse), 소돔의 120일(duc de blangis), 악덕의 번영(juliette), 시인 Friedrich Hölderlin/Gertrude Stein, 정치인 조지 부시,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전시장에는 실제로 작가가 설정한 기호(알파벳)들을 타이핑할 수 있는 키보드도 함께 전시되었는데, 관객들은 시각적인 하드웨어를 관람하는 동시에 기능적인 요소들도 경험할 수 전시이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에 깔려있는 폭력성, 성적 욕망 그림자들을 보여주고 있다.  


Oh why so serious?, 2008 




이전에 내 브런치 매거진 뉴욕 예술여행에서 소개한 미국 아티스트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작업물 자체가 개념미술적이고 작업 주제에 이민자/다문화 가 한 번도 안 나왔다는 것에서 굉장히 고무적이었고(?)

사실 이렇게 사회주의적이고 정치적인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다소 많은 배경지식과 작가/작업 아이디어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내가 신문에서 그냥 넘겼던 사건들, 잊고 지냈던 사건들까지도 다시 한번 꺼내어 보면서 지금 내가 속해있는 사회/ 나라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 사회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나, '글자'를 본인만의 폰트로 다시 재창조했다는 것이 굉장히 쇼킹했다.

겉으로는 아무도 모르게 알파벳으로 쓰이지만 그 이면에 품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이기에 발칙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전체 전시를 봤을 때, 모두 사람의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언어, 문자, 무빙 이미지에서의 형상) 정확한 사람의 형상을 묘사하는 작품은 없다. 무빙 이미지에서는 흐릿한 그림자의 형태로 잉크 드로잉에서는 신발로만 그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러한 표현방식에서 현대사회의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에서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혀있는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아닌 권력과 탐욕에 앞선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인간성이 짓밟힌 사회의 형상을 완성된 시, 완성된 문구로써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키보드로 타이핑해보고 인터넷으로 글자를 다운로드하여서 써볼 수 있게 세팅을 해놓음으로써 마침표를 관객이 직접 찍게 해 놓았다. 작가가 본인이 제작한 폰트로 본인이 완성한 글을 제시했다면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네거티브한 기운만 받아가는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결말을 관객이 직접 타이핑하고 본인의 눈으로 읽어보고 머리로 문장을 이어나가면서 이 전시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성이 없어진  본인의 모습과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가 제작한 폰트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https://www.amazon.com/Paul-Chan-Fonts-Windows-Linux/dp/1936440059


참고 링크:https://www.greenenaftaligallery.com/exhibitions/paul-chan/press-release1



또한,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소속되어있는 갤러리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작가가 속해있는 뉴욕 Greene Naftali 갤러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두 명의 아트딜러 Carol Greene, Greene Naftali 이 각자의 성을 따와서 만든, 1995년 뉴욕 첼시에 설립한 갤러리이다. 

1980년 가고시안 갤러리가 첼시에 설립되고 1985년에 데이비드즈위너가 설립된 걸 생각하면 오래된 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아트 바젤에서 만나게 된 폴 챈paul chan도 소속 작가 중에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고 아이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댄 그래햄 Dan Graham 도 소속 작가이다.


Dan Graham, Child's Play, 2016 Installation view, The Museum of Modern Art, 2017

바로 이 작품, 뉴욕 여행 갔을 때 모마에서 봤었던 설치작업이다.


이전 아트 바젤 1편에서 소개한 런던 Project Native Informant처럼 지금 막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작가들의 전시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구축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갤러리 홈페이지:https://www.greenenaftaligallery.com/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 

'이민자' '다문화' '추상화'를 못 봐서 못내 아쉬운 분들을 위하여(?)

다른 갤러리 2곳을 더 추천해본다.




Richard Gray Gallery (NewYork / Chicago)- Theaster Gates


Theaster Gates - Kitsch Italian Design on the Backs of Blacks, 2018


시카고 출신/시카고 베이스로 작업하는 작가 Theaster Gates의 작업으로 아트 바젤에서 만나본 작품은 전시 Black Image Corporation의 한 작품 Kitsch Italian Design on the Backs of Blacks이었다.

실제로 리서치해보니, 인종차별/젠트리피케이션 같이 사회문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였다.

그리고 작가가 속해있는 리처드 그레이 갤러리도 뉴욕에도 있지만 시카고 베이스로 한 갤러리이고,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아트 씬을 생각하면 뉴욕/LA를 많이 떠올리지만 시카고도 동부 대도시중 하나이고 아트스쿨로는 미국 내에서는 명성 높은 SAIC(School of the Art of Chicago)도 있는 만큼 아트 씬이 아예 없는 도시는 아니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갤러리 홈페이지: https://www.richardgraygallery.com


그리고 서부의 갤러리를 하나 추천해보자면,


François Ghebaly (LA) - Candice Linn


Meaningless Squiggles 2019


이 갤러리의 작가는 candice lin 이 전부였던 만큼, 전시회 부스 입구 출입문을 아예 작품으로 디스플레이해놓아서 마치 작가의 내면에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5 Kingdoms (book)", 2015

아트 바젤에서는 총 2개의 작품을 보았는데 미국에서 일하는 중국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이민 2세대에 대한 내용과(Meaningless Squiggles)과 미생물과 곰팡이에 대한 신화를 풀어낸 작업(5 Kingdoms)이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작품은 전시의 극히 일부분을 아트 바젤에 가져온 것이라서 깊이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쉬웠고, 두 번째 작품은 미생물에 대한 신화로 이질적인 주제로 느껴지는 첫인상이지만, 막상 작품을 찬찬히 보다 보면 우리 인간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든다. LA의 눈에 띄는 갤러리가 극히 드물었는데 그중에서 어렵게 찾은 갤러리니 만큼 나중에 LA여행갔을때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갤러리이다.


갤러리 홈페이지: http://ghebaly.com

참고 링크: https://www.artland.com/exhibitions/meaningless-squiggles-9c68aa

https://www.artforum.com/picks/candice-lin-55674



이렇게 아트바젤 홍콩: 갤러리로 세계일주하기 두번째 시리즈 북미편도 끝났다.

다음편은 (드디어) 남미 편이 되겠다.

남미는 가본적도 없고 갈일도 없고 아는바도 많이 없어서 나에게는 정말 미지의 세계인데, 

그곳에는 어떠한 아티스트가 있는지, 어떠한 세계를 만날지, 어떠한 철학을 배우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https://brunch.co.kr/@art-travel/40

https://brunch.co.kr/@art-travel/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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