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면 인간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라고 할 정도로 감염자가 확산되어 하루 3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그 여파를 실감하지 못하던 차였는데 나를 시작으로 줄줄이 가족 모두 양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감기증상을 동반하긴 하였지만 그보다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일주일이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졌다. 온전히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했다. 그 중 아이들의 요구에 만난 신문물 닌텐도 스위치 ‘JUST DANCE’를 매일 저녁 함께 한 것은 아마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JUST DANCE’는 춤을 추는 게임이다. 예전에 오락실에서 만나던 ‘DDR’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DDR’은 화면 속 춤추는 인물의 스텝에 따라 나타나는 화살표를 보며 바닥판의 화살표를 밟는 형식이었다. 눈으로 본 화살표를 박자에 맞추어 제대로 밟아야 하는 ‘DDR’과는 달리 ‘JUST DANCE’는 한 손에 들고 있는 조이콘이 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닌텐도 스위치를 TV에 연결하고 몇 명이 함께 할 것인지 어떤 곡을 할 것인지를 정한다. 우리는 네 가족이니 4인군무의 난이도가 쉬운 곡으로 선택했다. 네 명의 캐릭터가 노래에 맞춘 안무를 선보이고 우리는 각각 한 손에 조이콘을 들고 자신이 택한 캐릭터를 보며 열심히 따라하면 된다. 손의 움직임이 박자에 정확히 맞으면 ‘excellent’가 못했을 경우 ‘X’가 자신의 캐릭터 위에 번쩍이며 승부욕을 자극한다.
안무는 꽤 정교했다. 4인무로 구성된 춤들은 대형이 바뀌고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DDR’이 하체의 움직임에 상체가 따라가는 정도였다면 ‘JUST DANCE’는 예술적 표현을 만들어내는 팔의 움직임이 주가 되어 상체의 움직임을 만들고 거기에 하체의 움직임이 더해져 전신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온 식구가 숨을 헉헉거리며 움직이다가 갑자기 아들이 이거 손만 해도 되는 거 아니냐며 소파에 앉아 한 팔만 움직였다. 조이콘이 손만 인식하니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험을 해 본 결과 온 몸으로 움직일 때 움직임 범위가 커져 더 정확히 인식했다. 손을 올리고 내리고 돌리고 오른쪽 왼쪽으로 스텝을 옮기고 점프를 하고 옆 사람과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다양한 포즈로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며 신나게 따라하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어느새 하나가 되어 함께 깔깔 웃으며 밭은 숨을 몰아쉰다.
우리는 ‘JUST DANCE’를 통해 가족공동체를 경험했고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그럼 ‘JUST DANCE’는 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춤을 추는 움직임을 따라하고 그에 따라 어떤 감정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춤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그저 게임일수도 있다. 점수를 따는데 급급해서 조이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게임일 것이다. 화면을 보며 이리저리 뛰고 흔들어 땀도 나고 즐거웠다면 운동효과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게임이 춤이 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움직임에 자기를 표현했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저 움직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움직임이었느냐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리듬에 맞춘 움직임에 나를 담아냈다면 분명 춤이다.
예전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발레리노 후배가 무대에 서기 며칠 전에 자기는 발레가 너무 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무대에 선 그는 완벽한 테크닉과 연기로 엄청난 팬들을 가지고 있다. 비주얼부터 그는 천상 발레리노라고 생각했던 차였다. <지젤>의 알브레히트나 <백조의 호수>의 지그프리드 왕자는 그를 위해 있는 배역인 듯 잘 어울렸다. 당연히 그가 발레를 할 때 가장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그저 최대한 빨리 그만두고 싶은 직업일 뿐이었다.
그에게 발레는 춤이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소화해낸 수많은 배역은 자기 자신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그저 훈련된 테크닉과 연기를 선보인 것이지 그가 아니다. 무용치료사를 하면서 “춤을 추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말해주면 “그럼 무용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다 건강하냐?”고 묻는다. 분명 그렇지 않다. 많은 무용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고 말하지만 그 중에 정말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를 표현하기보다는 맡은 역할을 소화해낸다. 물론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에 자신을 담는 무용수들도 있다. 단언하건데 그들의 마음은 분명 건강하다.
봄이 왔고 어느새 탄츠위드도 1년을 맞이했다. 20번째 탄츠위드를 내며 항상 이야기했다. 자발성을 가진 창의적 움직임 활동이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고 말이다. 어떤 움직임이든 자신을 표현하는 움직임이면 된다. 훌륭한 테크닉 따위 필요치 않다. 기분이 나쁘다면 그 감정을 바닥을 쿵쿵 구르며 표현하거나 속상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주먹으로 가슴을 치거나 너무 반가워 누군가를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거나 하는 모든 움직임은 이미 춤이다. 닌텐도 스위치 ‘JUST DANCE’를 쫓아하며 그 안에 스트레스를 담아 해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닌텐도를 홍보하는 것은 아니고) 축구공을 발로 뻥 차도 좋고 커다란 대야에 물을 받아 이불을 넣어 꾹꾹 밟아도 좋다. 거기에 리듬만 싣는다면 우린 모두 춤을 추는 것이다. 따뜻해진 햇살,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춤 출 수 있는 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