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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4. 2021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는 모두에게

글: 히햐

    저의 노래방 애창곡은 임재범 가수의 '비상'입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라는 가사를 특히 좋아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소위 말하는 내성적 학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활동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만나거나 혼자 조용히 사색하고 책 있는 것을 더 선호하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 검사의 하나인 MBTI 식으로 표현하면 에너지의 방향이 자기 내부로 향하는 ‘내향형’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과거에는 이런 내향형이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집안 어른들로부터는 ‘소심하다’, ‘낯가림이 심하다’ 등 많은 걱정의 말들을 많이 들어왔고, 이러한 말들은 열등감이라는 이름의 꼬리표가 되어 저를 더 안으로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저의 기질적 성향이 단점으로만 평가되어서인지 '비상'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꽤나 좋았나 봅니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이 노래를 함께 고래고래 부르고 나면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르네 마그리트,  <치유자>, 캔버스에 유채, 1937, 47.6 x 31.3 cm, 개인 소장


    주변에서 하는 평가의 말들은 저에게도 스며들어 스스로도 내가 부족한 사람이구나 하며 평가절하하였으며 혼자 걱정을 키우며 불안함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무언가 몸을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이 불안은 저를 계속 불편하게 하였고 결국 소진의 상태에 이르게까지 하였죠. 누구나 마음이 움츠러드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단단한 막 속에 갇힌 듯 막막하고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 저는 오히려 고독을 선택해 보았습니다. 혼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적극적으로 저의 내면을 탐색하는 활동을 해보기로 한 것이죠. 이 고독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과정에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그리트는 대상의 표현을 알쏭달쏭하게 하면서 감상자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게 하면서 사고를 확장시키는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위 작품은 <치유자>라는 이라는 작품입니다. 치유자의 몸 은 새장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 새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새장의 문은 열려있어 언제고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저도 한 때 이 치유자의 새장 속에 들어가 회복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란 사람에 대해 숙고하여보고 어떤 사람으로 정의되고 싶은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르네 마그리트,  <통찰력>, 캔버스에 유채, 1936, 개인 소장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 <통찰력>이라는 작품 속에서는 화가가 알을 보며 알속에서 태어날 새를 상상하며 그리고 있습니다. 알의 겉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알의 매래 모습을 상상해보고 있는데요, 작품의 원제를 직역하면 투시(Clairvoyance)이기도 하며 '자화상(Self Portrait)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알을 보며 자신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화가라면 '나의 알'을 어떻게 관찰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 알은 그저 알이 아니다. 이 알은 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알은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 무언가로 변화하기 위하여 무진장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변화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이 알이 어떤 새가 될지 무척 궁금한 마음도 들었지만, 우선 따뜻하게 품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적당한 온도와 관심이 알을 깨울 수 있을 테니까요. 나의 내향성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따뜻하게 수용해 주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조용히 내면을 사색하는 내향이라는 특성은 통찰력과, 신중함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며 단점이라고 생각하던 특징이 장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죠. 

르네 마그리트, <The Return>, 캔버스에 유채, 1940,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마그리트의 < The Return >에서는 알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기를 꿈꾸고 하늘을 비상하는 저 새는 하늘을 품고 있습니다. 알은 새가 되었고 새는 하늘을 품게 되었습니다. 새가 바라는 자유로움은 세상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멀리서 동경하면 자유와 비상이 결국 자기 안에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많은 시간 길을 잃고 방황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과거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로 저를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내 모습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선택을 하며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움츠렸던 날개를 확짝 필 수 있도록 우선 자신을 따뜻하게 꼭 안아주세요. 분명 견뎌낼 힘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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