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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May 22. 2023

Hug Me

Give me a hug. Day after day.


 

학교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서는 아이의 바쁜 발걸음을 잡는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말한다.




Hug me. 

Give me a hug.



그리고 나의 입술이 아이의 귓가에 가 닿으면 조그맣게 말한다.



Happy monday!

행복한 하루 보내고.

잘 다녀와- 




내가 너를 안아주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너에게 안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네가 나에게 사랑받는 사람임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사랑받는 사람으로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익히고 기억하자고.


그렇게 아침마다 두 팔을 벌려

서로를 꽉- 끌어안는다.


잔잔한 아침 인사가 끝나고

아이가 신발을 신고 나서면 나는 다시 한번 씩씩하게 외친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물, 나라의 희망, 나라의 미래!

청소년은! 나라의 기둥!



그러면 어린이는 묻는다.



- 왜 어린이는 세 가지나 돼요? 청소년은 한 가지인데?

-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야. 알았지?




이제는 쿵짝이 맞아서

어린이는! 이라고만 외쳐도 그 어린이는 대답을 한다.

그날 내키는 걸로 한 가지만!

아! 청소년은 물론, 맞장구 쳐주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사람! 하고 외쳐줄 때는 있지만

안는 것도 마지못해 해주는 판국이니 더 이상은 바라지 않는 걸로.

청소년은 잘못 건드리면 아주 피곤해진다. 흐흐흐


가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출 때까지,

혹은 쪼르르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로 가

아이가 땅을 걷는 그 모습까지 바라보곤 한다.

불편한 자세를 하고 서서 가만히... 오래도록... 바라본다.


그런데 뒷모습은 왜 그렇게 애잔한 걸까...



< 사랑을 받는다 / 53x72.7cm / 캔버스 위에 아크릴 / 2020  >



안아야 한다.

많이 안아야 한다.

내가 안아주어야 하고 또 내가 안겨야 한다.

서로 그렇게 많이 안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따뜻하게. 잊지 않고.

온기를 잃지 않고 피부로 기억하며 살 수 있다.


몸으로 익히는 건 절대 잊히는 법이 없으니까.

마치 어릴 때 배운 자전거 타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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