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N Jun 07. 2023

조금 구질구질해졌습니다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구질구질해지는 것입니다.


가장 못 견디는 것이 바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거슬러 보았습니다.

처음입니다.

태어나 처음이었습니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구질구질하게 잡아 보았습니다.


인연을 만들기도 어렵고

인연을 버리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탓입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하지 않아서 느끼게 될 후회였습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는,

있는 용기를 다하고 더해

구질구질해져 보았습니다.


다시는 없을 일입니다.

다시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없을 일입니다.





는 조금 비겁했습니다.

설명과 이유는 변명 같았고

책임 전가가 아니라 했지만

끝없이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미성숙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너를 좋아하는 탓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비겁함을 곱씹으며

너를 보내야 하나 봅니다.

그 비겁함의 힘으로

없었던 인연으로 돌아가야 하나 봅니다.


하나하나 떠올리고

다시 지우고

눈 뜬 밤과

눈 감은 아침을 지새웁니다.

각인된 시간과

삭제될 시간을

같게 만들어봅니다.


벌 받지 않겠습니다.

마음을 내어 주었던 대가가 혼자 받는 벌이라면

나는 벌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내어주지 않겠습니다.


구석진 마음 한 덩이도.

찢어진 마음 한 조각도.

빛바랜 마음 한 티끌도.


누구에게도.

어느 사람에게도.


오래도록 그래 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재의 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