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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Dec 05. 2023

희망도 절망도 없이,




Write a little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espair.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써라.
  



이는 옛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 작가인 덴마크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한 말이며,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책상에 항상 붙어 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를 존경한다는 우리가 잘 아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매일 이렇게 글쓰기를 한다고 하고요.


이 말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나의 핸드폰엔 이 말이 신념처럼 저장되어 있습니다.

때때로 창을 열어 말을 되새깁니다.

희망 없이, 절망 없이, 그저 써라. 매일 써라. 습관처럼 그냥 써라.


피겨 선수 '김연아'가 현역일 때, 어느 기자가 물었습니다.

"연습할 때 무슨 생각으로 하시나요?"


그녀는 질문이 의아하다는 듯 갸우뚱하며 대답했죠.

"생각은 무슨 생각이요. 그냥 하는 거죠."







글쓰기가 게을러지면 브런치에서는 이렇게 나에게로 와 한마디를 건네고는 기다립니다.

이것이 다독임일 수도 있고, 조언일 수도 있고, 때로는 채찍일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을 듣는 날에는 왠지 가슴 한쪽이 뜨끔해집니다. 나의 나태함을 들켜버린 기분이랄까요...


글을 쓰는 어느 순간 자꾸만 의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의 소재도, 글의 주제도, 글을 쓰는 솜씨도, 글에 담긴 생각도 자꾸만 의심을 하고

기어이는 희망을 품었다 절망을 품었다 혼자서 마음의 널뛰기를 하죠.

여리고 연약한 마음은 글에서 나를 점점 멀리 떨어뜨려 놓습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마음이라도, 혹은 몸이라도 즐거우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건 또 왜일까요.


달아난 내가 손쓸 수 없이 더 멀어지지 않도록 나를 살살 달래는 요법을 써봅니다.

여행도 갔다가, 친구도 만났다가, 영화도 봤다가, 그림도 봤다가, 술도 마셨다가, 수다도 떨었다가, 쇼핑도 했다가... 빈약해진 재료들을 좀 모으면 나을까 싶어 이래저래 요령을 부려봅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붙들어 다시 책상 앞에 앉히기 위한 일이라 변명하며 말이죠.


그런데요. 그런데 말이죠.

브런치가 보내는 저 메시지는 진실이었습니다.

글쓰기는 정말 운동과 같더군요. 조금만 게을리하면 그나마 쌓아두었던 근육마저 모두 빠져버리더라고요.

안 쓰면 안 쓸수록 쓸 수 있는 힘이 사라져 갑니다.

앉아있는 몸도 그렇고, 생각하는 머리도 그렇고, 움직이는 손도 그래요.


그러니.

그저, 그냥, 쓰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해야겠다 마음먹었으면 그대로 직진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자꾸만 의심하지 말아요.

쓰고 있는 나를 믿어보아요.

살다 보면 확신 없이 시작되는 일도 많잖아요. 그러다 길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오늘도 그냥 걸어가 보는 거죠, 뭐.



< 리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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