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깔라만시 소주로 칵테일처럼 가볍게!
나는 요즘 술과 밀당 중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내가 술을 술답게 마시는 날은 고작해야 일 년에 한 두 날 뿐이고 나머지 날들은 한 두 잔과 한 두 캔의 혼술로 가볍게 끝내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절제하고 있는 중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면 나는 대부분 다음날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며 뼈마디가 욱신욱신 거린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시간을 통째로 날려 먹기도 하고 일상생활이 멈춰버리는 일 또한 잦았다. 지난 연말에는 그 증상이 하도 심하여 난생처음 대장 내시경도 받아보았으나 특별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만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일종이라고만 했다. 맥주를 멀리하고 안주나 저녁에 먹는 음식을 담백하게 했더니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스로 음식과 술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과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특히, 피로한 날에 행하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그것을 싹둑 잘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고 인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두 번째 이유는 살 때문이다. 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저녁 늦은 시간에 마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양의 술이나 거한 안주를 먹지는 않지만 어쨌든 위 속에 들어간 음식이 간과 장을 통과할 두세 시간의 공백은 주어야 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가 몸이 나른해지면 뭉쳐있던 피로가 와락 몰아치면서 그 시간을 버티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잘 붓지 않던 내 몸에 붓기를 주었고 이는 곧 순환과 대사의 부작용으로 몸 구석구석의 저림 증상으로 돌아왔으며 붓기는 빠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살로 이어졌다.
이것이 내가 요즘 술과 밀당을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오늘은 자꾸만 그 절제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보글보글 끓인 코다리 조림을 안주 삼아 알코올 냄새 알싸한 소주 한잔 탁! 털어 넣었으면... 하는 갈등이 저녁 내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딱 두세 잔만 마셔도 빈곤했던 영혼까지 든든하게 부풀어 오를듯한데...
결국 저녁을 짓다 말고 주섬주섬 지갑을 챙겨 마트로 나갔다. 소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술상과 밥상을 겸한 저녁상을 차린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깔라만시 칵테일이다.
1. 언더 락 잔에 애기 주먹 만한 얼음을 넣는다.
2. 탄산수를 7부 정도 따른다.
3. 소주를 1부 정도(소주한 한잔 정도의 양) 따른다.
4. 깔라만시 원액을 1 ~ 1.5부 정도 따른다.
5. 쉐이킷 쉐이킷- 잘 흔들어 천천히 마신다.
꽤 깔끔하고 기분 좋은 술이 되었다. 알코올의 자극은 덜하고 청량감은 살아 있으며 새콤하고 쌉쌀한 깔라만시의 은근한 맛 또한 매력적이다. 한 컵 가득한 탄산수로 배도 부르다. 평소에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는 이렇게 수분과 깔라만시의 비타민 또한 같이 보충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마당 쓸고 돈 줍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인가? 분명히 알코올이 들어갔음에도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을 함께 마셔서인지 다음날 숙취는 없었고 피부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느리고 천천히 이렇게 두 세잔만 마셔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포만감을 주었다. 몸뿐 아니라 참고 참았던 내 영혼에까지 든든하고 촉촉하게 말이다.
아! 어쩐지 일주일은 또 거뜬히 잘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맨. 정. 신.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