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N May 21. 2019

술과 나의 밀당

- 깔라만시 소주로 칵테일처럼 가볍게!


 나는 요즘 술과 밀당 중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내가 술을 술답게 마시는 날은 고작해야 일 년에 한 두 날 뿐이고 나머지 날들은 한 두 잔과 한 두 캔의 혼술로 가볍게 끝내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절제하고 있는 중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면 나는 대부분 다음날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며 뼈마디가 욱신욱신 거린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시간을 통째로 날려 먹기도 하고 일상생활이 멈춰버리는 일 또한 잦았다. 지난 연말에는 그 증상이 하도 심하여 난생처음 대장 내시경도 받아보았으나 특별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만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일종이라고만 했다. 맥주를 멀리하고 안주나 저녁에 먹는 음식을 담백하게 했더니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스로 음식과 술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과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특히, 피로한 날에 행하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그것을 싹둑 잘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고 인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두 번째 이유는 살 때문이다. 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저녁 늦은 시간에 마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양의 술이나 거한 안주를 먹지는 않지만 어쨌든 위 속에 들어간 음식이 간과 장을 통과할 두세 시간의 공백은 주어야 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가 몸이 나른해지면 뭉쳐있던 피로가 와락 몰아치면서 그 시간을 버티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잘 붓지 않던 내 몸에 붓기를 주었고 이는 곧 순환과 대사의 부작용으로 몸 구석구석의 저림 증상으로 돌아왔으며 붓기는 빠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살로 이어졌다. 

 이것이 내가 요즘 술과 밀당을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오늘은 자꾸만 그 절제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보글보글 끓인 코다리 조림을 안주 삼아 알코올 냄새 알싸한 소주 한잔 탁! 털어 넣었으면... 하는 갈등이 저녁 내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딱 두세 잔만 마셔도 빈곤했던 영혼까지 든든하게 부풀어 오를듯한데...

 결국 저녁을 짓다 말고 주섬주섬 지갑을 챙겨 마트로 나갔다. 소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술상과 밥상을 겸한 저녁상을 차린다.     



어디 한 번,  조제를 시작 해볼까나?



 내가 선택한 방법은 깔라만시 칵테일이다.


 1. 언더 락 잔에 애기 주먹 만한 얼음을 넣는다.

 2. 탄산수를 7부 정도 따른다.

 3. 소주를 1부 정도(소주한 한잔 정도의 양) 따른다.

 4. 깔라만시 원액을 1 ~ 1.5부 정도 따른다.

 5. 쉐이킷 쉐이킷- 잘 흔들어 천천히 마신다.




 꽤 깔끔하고 기분 좋은 술이 되었다. 알코올의 자극은 덜하고 청량감은 살아 있으며 새콤하고 쌉쌀한 깔라만시의 은근한 맛 또한 매력적이다. 한 컵 가득한 탄산수로 배도 부르다. 평소에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는 이렇게 수분과 깔라만시의 비타민 또한 같이 보충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마당 쓸고 돈 줍고님도 보고 뽕도 따고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인가? 분명히 알코올이 들어갔음에도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을 함께 마셔서인지 다음날 숙취는 없었고 피부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느리고 천천히 이렇게 두 세잔만 마셔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포만감을 주었다. 몸뿐 아니라 참고 참았던 내 영혼에까지 든든하고 촉촉하게 말이다. 


 아! 어쩐지 일주일은 또 거뜬히 잘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맨. 정. 신.으로도!)






매거진의 이전글 에너지 고갈의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