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보통의 하루
겨울이 익어간다
by
EUNJIN
Jan 8. 2021
지붕 위로 켜켜이 쌓인 저 눈들은
다 누군가의 추억이라고
이틀 전
몰래 내려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놀다 흘린 씽씽카의 고꾸라진 모습이 어여쁘다.
눈 위를 뽀득뽀득 살갑게 밟아본지가 언제인지
이제는 창문만 살포시 열어도 후드득하고 냉기가 몰아닥쳐
볼품없는 나를 더 볼품없이 감싸 안게 된다.
겨울은 유난히 그렇다.
겨울은, 봄이나 가을보다 유난히 아리고 유난히 쓰리다.
계절
깊이 각자의 온도로 추억이
묻어있고
야금야금 해마다 그것을 꺼내어 씹어보지만
그 추억의 온
기는 보는 것만큼 다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눈으로 보는 눈과 손으로 만지는 눈의 온기가 다르듯이.
소복해서 아름다우나
차가워서 쓰라린 함박눈
그 쓸쓸함을 공기에 안고 겨울은 자꾸만 자꾸만 익어간다.
keyword
겨울
함박눈
추억
1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EUNJIN
직업
에세이스트
PD로 시작했으나 작가로 끝내고 싶은 희망을 품고 삽니다.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과 반짝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아직 어둡고 헤매이지만 가다보면 어디든 닿겠지요.
구독자
106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술과 나의 밀당
남자의 쿠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