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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an 08. 2021

겨울이 익어간다



지붕 위로 켜켜이 쌓인 저 눈들은

다 누군가의 추억이라고

이틀 전 몰래 내려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놀다 흘린 씽씽카의 고꾸라진 모습이 어여쁘다.     


눈 위를 뽀득뽀득 살갑게 밟아본지가 언제인지

이제는 창문만 살포시 열어도 후드득하고 냉기가 몰아닥쳐

볼품없는 나를 더 볼품없이 감싸 안게 된다.     


겨울은 유난히 그렇다.

겨울은, 봄이나 가을보다 유난히 아리고 유난히 쓰리다.

계절 깊이 각자의 온도로 추억이 묻어있고 

야금야금 해마다 그것을 꺼내어 씹어보지만

그 추억의 온는 보는 것만큼 다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눈으로 보는 눈과 손으로 만지는 눈의 온기가 다르듯이.     


소복해서 아름다우나

차가워서 쓰라린 함박눈

그 쓸쓸함을 공기에 안고 겨울은 자꾸만 자꾸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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