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다소 산만하고 조잡할 수 있으며 상당량의 TMI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커피와 술과 글과 음악을 사랑합니다.
꽤 오랜 시간 그것들을 사랑해 왔습니다.
< 카페인 중-리 >
1. 커피
제 커피 취향은 98% 뜨아입니다.
한 여름에 쪄 죽어도 뜨아입니다.
사우나 안에 들어앉아서도 뜨아입니다.
10km를 달리고 나서도 뜨아입니다. (물론, 10km는 달려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달려 볼 생각도 없습니다.)
차가운 커피를 호로록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걸 호호 불어서 천천히 느리게 오래도록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그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을 함께하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한 오 년 전까지만 해도 샷을 3개씩 넣기도 하고 하루에 3잔씩 마시기도 했는데 이제는 위장도 늙어서 샷은 2개까지만, 그리고 하루에 2잔까지만 가능합니다. 커피를 마시고도 잠은 잘 오지만 속이 너무 쓰려서 결국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2%는 카페라테이거나 카페모카이거나 아인슈페너인데 역시 모두 뜨거운 것입니다.
라테는 우유보다 아몬드 브리즈를 선호하며 모카는 기절하게 단 것이 당길 때 마시는데 마시고 나면 진짜 기절할 것 같아서 매번 후회를 합니다. 아인슈페너는 꼭 가는 카페에서만 먹습니다. 방배동에 유명하다는 아인슈페너 맛집을 가봤는데 별로였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양재동에 있습니다. 그 집은 아인슈페너가 마시고 싶을 때 갑니다. 아, 강릉에 흑임자라테가 맛있는 집이 있는데(아는 분들은 다 아실만한) 멀고 양이 적고 양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비싸고 온니 아이스라서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맛있나?) 요즘 그 흑임자라테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다시 가게 되면 1인 2잔을 마실 생각입니다.
원두는 '하와이안 코나'를 가장 좋아합니다.
만 비싸서 자주 사지는 못합니다.
누가 하와이안 코나를 선물해 준다면 한 달 내내 그 사람만 생각하며 보낼 수도 있습니다.
내 돈 들이지 않고 취할 수 있는 고급은 언제나 짜릿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는 대체로 '일리 인텐소(다크로스트)' 캡슐이나 '테라로사' 원두를 드립해 마십니다.
프랜차이즈보단 개인 카페를 선호하고 사람이 많은 대형 카페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합니다. 그중 최고는 창 밖 풍경이 좋은 곳입니다. 그 풍경을 찾아 세 시간을 운전해 바다 앞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세 시간을 달려 돌아온 적도 적지 않습니다. 나에게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시간이고 공간이며 공간이 주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역시 '스타벅스'입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때 뜨아를 함께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마치 안주처럼 홀짝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 봤는데 모르겠습니다. 중독은 아닙니다. 아니, 없이 못 살면 중독인 건가요? 그럼 전 중독이 맞습니다.)
혹은 술을 다 마시고 알딸딸할 때나 집으로 돌아갈 때 뜨거운 아메리카노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입 안과 내장이 개운해집니다.
< 티빙_술꾼 도시 여자들 >
2. 술
이거 저거 다 마실 줄 알지만 이거 저거 다 마셔봐도 역시는 소주입니다.
소주 중에는 '진로 이즈 백'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일품 진로' 25%도 좋습니다. 일품 진로는 마트에서 사면 375ml에 12,000원인데 술집에서 마시면 35,000원입니다. 그래서 술집에서는 대체로 마시지 못하고 누가 사주면 잘 마실 생각은 있습니다. 역시 내 돈 들이지 않고 취하는 고급은 짜릿하기 때문이지요.
일전에 지인들과 상암동 술집에서 일품 진로 8병 + 진로 이즈백 수 병을 마신적이 있는데 그 술 값은 누가 다 계산했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굳이 알아내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게 약입니다.
술은... 역시 안주의 힘인 것 같은데 저는 한식을 좋아하므로 대체로 소주가 잘 어울리는 음식들을 즐겨 먹습니다. 술은 페어링이니까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회를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맥주는 꽤 좋아했지만 체질에 안 맞아서 몇 년 전부터 되도록 먹지 않습니다.
속이 차지고 다음 날 장이 힘들어합니다. 새벽부터 화장실을 대여섯 번은 들락거리게 됩니다.
그런데 낮과 저녁의 경계, 하늘이 어스름해지는 오후 5시쯤, 하루의 빠듯한 일과가 얼추 마무리되는 그 시간, 오늘의 한 챕터를 끝내고 난 후, 후- 하고 길게 숨 한번 내쉬고 마시는 맥주 한 캔은 참으로 천상의 맛입니다. 정신이 약간 아주 약간 혼미해지면서 다음 챕터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지치지 않고 남은 저녁을 흥이 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저녁밥을 짓는다든지. 저녁밥을 짓는다든지. 저녁밥을 짓는다든지.
막걸리는 기름에 지진 전을 먹을 때만 마시는데 딱 한 병이 끝입니다. 잔으로 치면 두 잔. 그 이상은 배도 부르고 취합니다. 많이 먹지 못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두 잔 먹고 말 술이면 너무 아쉬우니까요.
와인은... 취합니다.
술이란 것의 목적이 태생적으로 취하는 것에 있긴 하지만 와인은, 많이 취합니다. 그런데 먹을 때는 뒷 일도 모르고 자꾸만 마시게 됩니다. 와인은 마치 눈가리개 같습니다. 어둠 속은 아련하지만 길을 찾기가 힘들죠. 자꾸 부딪치고 헤매입니다. 오래전에 청담동 고급 와인 바에서 이름도 잘 모르는 꽤 비싼 와인을 마신 적이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두 병을 마셨고 다음 날 죽다 죽다 진짜 거의 죽다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와인이 무섭습니다. 아마 그날 먹은 와인의 값어치가 당시의 제 한 달 생활비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고급이든 저급이든 취하는 건 매 한 가지고 숙취도 매 한 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와인은 무섭습니다. 아무래도 신하고 안 친해서 그런지 신의 물방울보다는 인간의 땀방울 같은 소주가 내게는 더 낫습니다. (참고로 와인은 단 것보다는 탄닌감이 있는 것을 선호하긴 합니다.)
과일주는 너무 달아서 거의 마시지 않고 복분자주는 개인적으로 나의 연애사에 있어 의미가 좀 있는 술이긴 합니다만 와인과 같은 이유로 역시 선호하지 않습니다.
중국술은 특유의 향 때문에 마시지 않습니다.
사케는 가끔 마십니다. 따뜻하게 마시는 술이지만 알코올을 날리지 않고 적절한 온도로 데우기 어려워 그냥 마십니다.
그리고 요즘은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음식 없이 침대에서 딱 한잔만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입니다. 온더락으로 천천히. 요란스럽지 않게.
예전에 선물 받은 고급 위스키들을 즐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여러 번 나눠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혹시 이 글을 보게 되면 받은 것의 반의 반 수준이라도 돌려주면 참 고마울 것 같습니다. 압니다. 줬다 뺏으려고 해서 치사하고 미안합니다.
하이볼은 두세 번 마셔보았지만 더는 마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주든 소주든 맥주든 서로를 섞지도, 하루에 여러 주종을 섞지도 않습니다. 완제품과 완제품을 섞는 것보다는 온전한 한 가지의 음식을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쯤 되면 내가 엄청난 술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합니다. 단지 좋아하는 것입니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을 좋아합니다. 간혹 나는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술자리를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술자리보다는 술을 좋아합니다. 왁자지껄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는 거의 참석하지 않습니다.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각자 떠들어 대는 자리에서는 영혼이 소진됩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장소, 술과 어울리는 음식, 혹은 음식과 어울리는 술, 그리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 주위에는 완전한 주당이어서 만나기가 두렵거나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해서 심심하거나 합니다. 적절하게 마시고 적절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제한적이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술을 마시면 귀여워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나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사람이 없어서 그것 또한 조금 아쉽습니다. 헤헤.
아. 가끔 홈술로 혼술을 하면서 글을 쓰는데 그것, 꽤 괜찮습니다. 알코올에 젖은 손이라 그런지 술술까지는 아니어도 흔들흔들 손 끝에서 글이 잘 나옵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별거 없는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꽤 길어졌습니다. 쓰면서 내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재밌는데 나만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삭제할까도 했지만. 일단은 그냥 둬 보겠습니다. 나중에 많이 부끄러워지면 그때 지우겠습니다.
다음으로 할 이야기는 역시나 내가 사랑하는 글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도 쓰다 보면 길어질 것만 같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혹시나 계시다면 읽으실 분들의 피로도를 생각하여 글과 음악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단은 이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