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에 필요한 여러 가지 참을성
오래간만에 펜을 들었더니 손의 근육이 아리다.
그만큼 그 근육을 많이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먼저 반응하여 누구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집에서 손에서 잡히는 대로 펜을 집어서 나왔는데 펜 한쪽이 부러져있다.
펜을 쓰면서 이리저리 돌아가고 흐물 해지면서 글자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하룻강아지를 들고 글씨를 쓰는 느낌이랄까.
쓰면서 자연스럽게 펜을 돌아가서 글자가 다시 흐트러지면 신경질이 머리끝까지나 펜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성인군자처럼 태연하게 가라앉힌다.
난 매번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나 자신을 가다듬곤 한다. 결국 내가 한 행동이니, 늘 마음에 드는 일만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펜이라도 있으니 지금 이렇게 쓸 수라도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도 펜을 버려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