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윤 Jan 16. 2023

바보들의 다이어트 '식이조절'

 지금까지 해왔던 도전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살빼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영겁의 시간동안 다이어트는 나를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여인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숙제일 것이다. 비단 여인뿐일까, 이젠 남성도 외모관리를 안하면 이성에게 외면당하는 건 마찬가지인 시대인 만큼, 건강하고 아름다운 체형관리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는 이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살을 빼는 건, 아니, 정확히 말해, 먹는 양을 조절하는 건 인류에게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250만 년 전, 지구상에 최초로 인류가 출현했을 당시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그들이 처음에 먹고사는 방법은 수렵과 채집이었다. 자연에 먹을거리가 풍부할 때엔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겨울철이나 빙하기가 닥쳤을 때엔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식량부족을 겪어야 했다. 사자가 사냥한 무쏘를 그 자리에서 게걸스럽게 다 먹어치우는 것처럼, 인간도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두려는 본능이 250만년 가까운 세월동안 DNA에 각인되어버렸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DNA는 몰랐을 것이다. 인류가 오늘날에 이르러 이토록 차고 넘치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될 줄은, 그래서 영양 과다의 지방 덩어리 몸과 이토록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될 줄은 말이다.

 인류가 일으킨 농업혁명 이후로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역사가 불과 1만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 (농업혁명은 1만 년 전에 일어났다.) 250만년에서 1만년을 뺀 249만년 동안 수렵채집생활을 이어온 인간이 단 1만년동안 우리의 폭식 DNA를 다이어트 DNA로 바꿔놓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설은 재미있으면서도 너무나 그럴듯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음식의 양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DNA가 아직 몸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과식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느낌이었다. (매우 신났다.) 밤만 되면 달달한 게 당기는 지칠 줄 모르는 식탐에 대한한 자책감, 친구들과 스파게티와 피자를 양껏 먹고 나서도 카페 유리 안 진열대에 당도 높은 자태를 뽐내고 있는 디저트에게 사랑을 느끼는 감정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비로소 해방된 느낌이었다. 그건 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 새겨진 폭식 DNA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후로 난 먹고 싶을 땐 그냥 마음껏 먹는 쪽을 택했다. 사실 전에도 그런 건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하지만, 여기서 죄책감이 빠졌다는 건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먹어도 즐겁고 맛있게 먹어야 몸에도 좋은 법이지 않을까?     


  아무리 그러한들,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 먹고 남은 칼로리가 지방이 되어 몸에 축적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본능을 이기는 방법은 없겠으나 본능으로 인해 초래되는 부작용에 대한 솔루션을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배에 두른 튜브 때문에 신발 끈을 묶기조차 버거운 지경까지 가면 슬프고 짜증나잖아.

 

 이에 대한 해결법을 난 의외로, 그리고 매우 다행히도 간단하게 찾아냈다. 에프엠 스파르타식, 사디스트 수영강사를 만나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미친 듯이 하는 것, 그 외의 방법은 없다. 즐겨하는 운동을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의 고강도로 하는것이 중요하다. 내가 현재 선택한 운동은 단연 수영이다.

 그러나 주의할 사항은 자유 수영으로만은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쉬고 싶을 때 자유롭게 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적당히 운동하면 배만 고파요. 죽을 듯이 해야 입맛이 없어지지요.”


  만약 수영을 택했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반드시 강습을 받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래야 칼로리를  반 강제적(?)으로 소모할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으로는 원하는 체형이 따라온다.  뺑이 돌 때엔 욕이 튀어 나오게 힘이 들지만 온몸의 군살이 거짓말처럼 정리되고 그 자리에 잔 근육이 생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고강도의 운동은 운동이 끝나더라도 몸의 열기가  한동안 지속이 되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나도 모르는 새에 계속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고맙게 체지방을 태워주니 차라리 잠을 자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주방으로 가서 인덕션을 켜고는 떡볶이, 어묵탕 같은 걸 주섬주섬 해 먹는 나는, 강사에게 고문을  아직 덜 당한걸까? 마카롱이나 케익을 먹을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더 이상 몸에 군살이 붙지는 않았다. 이렇게 나는 수영맹신자가 되었다. 정확히 말해, 다이어트에 한해서는 고강도 운동의 맹신자가 된 셈이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식단조절’이라는 고문을 가하지 말길. 먹는 걸 줄이는 일은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을 때엔 ‘재미’가 따라오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재미’는 가장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직업과도 비슷한걸?) 운동이 의무나 고통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질 때라야 눈이 오고 태풍이 휘몰아쳐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푹 빠져서 할 수 있는 것이라야 오래 할 수 있다는 얘기, 이것은 비단 운동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힘만 드는 운동은 그래서 오래 해 본적이 없다. 그것이 나에게는 줄넘기, 조깅, 등산, 헬스였다.(참으로 지난한 운동이다.) 요가나 필라테스도 같은 맥락일 것 같아 시도해보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단계별로 향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스포츠 류를 좋아하는 편인데, 부상의 위험이 다소 있더라도 배우고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성취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더 잘 하고 싶고 같이 하는 사람과 경쟁의식도 생기는 다이나믹한 운동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해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수영을 추천하는 바이다. 장담컨대, 수영은 당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하는 자유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