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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Mar 27. 2022

아홉




Life/Watercolor on paper


걷고 있자니 두 할머니가(나도 할머니)

전봇대에서 청각이상인지 아주 큰 소리로

떠들고 있다.

'아, 거 있잖아. 쑥은 쑥인데 약으로 쓰이는 쑥.'

아무리 반복해도 두 분 다 오리무중...

나는 가까이 다가가 크게 소리쳤다.

'인진쑥!'

셋 다 다른 뜻으로 웃었지만

사는 것.

정말 별 것 아니라는 생각,


쌍둥이가 똑같이 자고 일어나니

하나는 암만 장난감을 쥐어 줘도 울고

하나는 오삭 부은 눈으로도

 새없이 만지느라 반짝이며 돌진하니

죽을 정도로 그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느님도 그러실까?

나는 전자의 아가이지만...


이제 봄이 되니

촌에 사는 나는

서서히 풀과 벌레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잡초는

빵빵한 엉덩이에

탁구빳다를 대신할만한 주먹을 굳게 쥐고

눈은 치켜 떴으며

옹졸한 입모양을 하고

나를 공략할 기세로 움트고 있다.

신은 어째서

생각과 마음을 가진, 직접 창조한 인간은

더러운 수만가지 질병으로

10년, 20년, 30년...60년을 못넘기고

거둬가면서.

저 잡초들은 냉장고 선전에서

"2, 1, 0!"하면 냉동시킨 생선이 눈을 반들거리며

살아나는 것처럼 죽음이라고는 애시당초

그들의 사전에 없는 리싸이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순종하지 못한 생각들로 접고 말지만

그야말로 쌩콩인 이 신자는

하느님도 골치가 아프실 것이다.


'죄송합니다. 하느님.

지만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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