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남긴 것
히틀러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을 할 게 있을 거 같은데 (히틀러는 잘못 건드리면 난리가 나는 화두라 ;;;;; ), 일단 히틀러가 던진 화두는 <실패>입니다. 일반 사람도 목숨을 걸고 도전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굉장히 큰 고통과 슬픔, 괴로움이 따라올 텐데, 민족이 어떤 일에 사활을 걸었는데 실패로 돌아간 것은 황망한 민족적 감정을 남기게 되죠.
정치적으로 보일까 봐 염려가 되기는 하는데, 여하튼, 얼마 전 한국을 예로 들면, 부산세계엑스포를 유치한다고 대통령부터 각계 정치인, 리더들,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활력적으로 움직였다가 이게 실패로 돌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잃은 돈만 5,000억 정도 된다고 하니까, 돈도 돈이지만 면이 안 서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이렇게 면이 안 서면 5,000억 돈타령도 쏙 들어가죠.
그런데 이거를 만약에 전쟁이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목적이나 이유를 일단 떠나서, 민족이 사활을 걸고 전쟁을 일으켰다, 그런데 패배를 하였다,
당시 2차 대전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나 일본과는 달리 독일은 왕이 폐지(?)된 뒤, 민족이 일종의 구심점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이 구심점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험은 아마도 대단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나 혼자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과 민족의 구심점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 저는 이 경험이 독일 사회를 뿌리 깊게 흔들었다고 봅니다. 민족적 실패 위를 걷는 그 경험. 이 실패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것들이 얽혀 있으나 쉽게 실패라고도 불러볼 수 있겠는데.
그리고 독일의 이 경험이 내가 속한 집단, 민족에게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을 감히 하지 않는 것. 그게 가능하다면 뭔가 좀 다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