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로 살인 현장을 알 수 없게 하려는 고의적인 은폐
백 번 양보해서 우발적 범행이라 할지라도, 여러 번 칼로 찌르면 피가 쏟아지면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고 때문에 피가 쏟아지는 순간부터는 스스로 멈췄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처음 칼로 찌른 부위가 가슴이나 목 등 신체 주요 장기일 경우에는 거의 즉사에 이르고 이는 명백히 처음부터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죠.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사람을 찌르는 경우에는 산발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계획적으로 단칼에 조용히 살해를 마무리하고자 할 때는 통상 처음부터 급소를 노립니다. 물론 자주 육체적으로 싸워본 사람은 습관적으로 급소를 노리지만, 이 사람이 그렇게 자주 싸웠다면 이미 전과가 있을 것이라. 또 급소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감추기 때문에 노리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긴 하고요.
190회를 찌른 것이 어쩌면 처음부터 신체 주요 장기를 찌른 것을 감추는 등의 살인 장면을 감추기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있고 일부 살해범들 중에는 살인을 저지른 후에 마치 정신 이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살해 장면을 오히려 더 잔혹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살인을 처음 시도할 때의 움직임을 감추기 위해서, 즉 시체의 상태로는 살인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칼을 190회 찌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네요. 그렇다면 왜 살인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결국 남는데.
물론 깊은 증오로 인하여 살인에 이르고 보니 막상 살인 앞에서 쌓아 놓은 분노를 감추지 못해 잔혹하게 살인을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럴 정도로 갈등이 있었다는 주변 증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사이코패스인가를 봐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살아오면서부터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통상. 늘 범죄의 유혹에 시달리죠.
아무래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비밀 혹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냈을 가능성 그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살인의 동기를 감추고자 하는 의사 그로 인해 시체를 훼손하여 살인 당시 정황을 덮어버리려는 의사가 좀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시체로 살인 정황을 추측할 수 있게 되면 수사 기관에게 당시 상황을 추궁당하면서 원인을 말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니까 그걸 덮어버리고자 하는 거죠. 가해자의 정황을 좀 더 찾는 수사를 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살인 동기도 못 찾은 채 재판부터 넘겨버렸다라.
재판에서야 살인 동기를 모르면 당연히 양형을 크게 때릴 수가 없습니다. 수사 기관이 어떻게든 동기를 찾아서 그다음에 재판에 넘겨야,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을 때 <재판에서 거짓말을 한다니 이건 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하면서 양형을 높이죠. 그래서 외국 영화 보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살인범 (혹은 잔혹범)에게 동기를 말하도록 하면서 형량 거래를 하는 게 살인 동기를 모르면 양형을 때릴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살인 동기가 왜 중요하냐면 살인 자체만으로 형량을 무조건 높이기에는 비참한 상황이나 자신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동기에 따라 살인 형량이 달라지는 구조인 거죠.
살인 동기를 모르고 재판에 넘긴 것도 잘못이고 그걸 그대로 재판하는 사법부도 결국 추론과 기존 양형에 의해서 형량을 내려야 하는데, 기존 형량들이 높지가 않으니 당연히 높게 안 나오죠. 살인 동기부터 어떻게든 찾아서 법정에 세운 뒤 그 비밀 혹은 감추려고 하는 사실을 공개해야 스스로 죄를 인정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든 범죄자가 죽도록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려는 게 지금의 형벌 체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