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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모든 혐오를 이긴다는 아이유의 가난한 신곡

모든 혐오를 이기는 사랑인데 왜 가난한가

by 이이진

얼만 전 아이유가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을 때, 표절로 처분을 받지는 않겠지만 대중들은 돌아설 수 있겠다는 취지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이유는 천재 가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에 맞지 않게, 표절 논란이 일자 갑자기 독창성을 내려놓고 누구나 쓰는 대중적인 코드일 뿐이라는 취지로 맞섰고, 이런 방식으로 표절 논란을 응대하는 것은 변호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서, 예술가로 대중에게 서려면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썼었습니다. 법적으로 고소가 됐으므로 법적으로 응대하는 것은 응대하는 것이더라도, 대중과의 소통은 예술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해야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뮤직비디오 논란이 나왔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번에 또 아이유를 언급한다는 것은 드라마로, 영화로, 앨범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가수에게 뭔가 또 무게를 하나 더 지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가 보다 넘어갈까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아이유 관련 글들이 여기저기서 나와서 생각을 정리도 할 겸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는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딱히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장애가 차별의 요소로 작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장애 자체는 일종의 극복해야 할 과제인 건 맞으니까요.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쓰고 교정술을 하고, 귀가 안 들리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의족을 착용하는 것 등도 장애를 극복하기 위함인 것이지, 그게 장애를 차별한다는 개념은 아니라는 거죠.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보다 어떠할 것이다는 의식으로서 장애인에게 삶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고,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저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젊어지고 싶고, 병들면 치유되고 싶고, 신경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자체를 차별이라고 하는 건 좀 불편하죠. 물론 장애가 없는 상태가 완전한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보면 그건 조금 다르지만, 어떻든 인간은 계속 장애를 극복하려고 했었으므로 이거는 딱히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는 것을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도 그래서니까요.


다만 저는 노래 자체에서 불편함이 들었습니다. 아이유는 혐오에 맞서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가난한 상상력>, <세상에게서 도망쳐>, <나쁜 결말일까>,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이 나를 더 망쳐 ruiner>, <너와 슬퍼지고 싶어> 등등 완곡하지만 상당히 부정적인 언어들을 토해내고 있거든요. 사랑이 모든 혐오 그러니까 부정적인 것들을 이긴다고 하면서, 도망쳐라, 망쳐진다, 저물어라, 슬퍼진다,라고 온갖 부정적인 언어를 토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저도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겠는데, 숨겨진 증오처럼 보였습니다.


<저물어>라는 건 쉽게 말하면 꺼지라는 건데, 사랑으로 모든 걸 이긴 사람이 도대체 누구에게 꺼지라고 하는 걸까 싶은 거죠. 예전에 어느 가수 음악에 대해서도 <이건 노래가 아니라 차라리 저주다, 이런 음악은 하는 게 아니다>는 취지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노래 가사와 음악에서 그런 느낌이 막연히 들었습니다. 언어는 숨길 수 없는 사고와 감정의 반영이니까요.


저는 예술가는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갈 때 과감히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은 살아생전 각종 갈등과 논란을 일으켰었고 저는 예술가에게는 이 부분이 허용된다는 입장인 거죠, 물론 예술가 자신은 이러한 갈등 때문에 살아생전 고뇌에 빠져 고통 속에 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때문에 아이유가 모든 사람이 혐오에 맞서자고 할 때, <나는 예술가로서 혐오를 직시하겠다>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이번 #love_wins에서는 혐오를 맞서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유만의 어떤 시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진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볼 수 없어서, 사실 이게 왜 이렇게 논란이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love wins라는 게 어찌 보면 쉬운 것 같아도, 스토커도 자기는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게 또 사랑이기 때문에, 이런 고뇌가 빠진, 그냥 세기말에 늘 보아오던 별 차이 없는 디스토피아적 뮤직비디오가 왜 이렇게 논란일까 싶은 거죠. 멜로디는 나쁘지 않은 거 같고요.


아이유 본인은 love wins라는 사랑의 위대함을 말하고 있는데 여전히 대중들이 온갖 혐의를 찾아 완곡한 혐오를 쏟아낸다면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여러 관점들을 직시하고 대중과의 소통 접점을 찾는다면 이것 또한 아이유에게 새로운 접근이 될 것이고, 지금까지처럼 소통을 거부하고 일로 맞서려고 한다면 왜 사랑을 말하는데도 혐오가 쏟아지는 거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밖에 없게 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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