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엔 부모나 자녀나 다 병에 걸린 상황이고요.
이런 글을 작성하면 좀 잔인하겠지만, 지금은 병에 걸린다는 게 몇 년 돌봄으로 끝나지 않고, 부모의 죽음과 함께 자식도 노년을 바라보거나 거의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회 서비스로 이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암만 하더라도 5년도 생존하고 10년도 생존하고, 치매는 십 년 이상도 앓기 때문에, 저희 아버지만 하더라도 제가 지금 몇 년 동안 온갖 병원을 따라다니고 있지만 이게 수술로 나을 것도 아니고 약으로 완치될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노환으로 인한 증세라. 저희 모친도 곧 병원을 다니게 될 텐데, 이것도 수술이 보완적인 기능일 뿐 노환 자체로 인한 다양한 병증을 병원에서도 완전하게 고칠 수는 없는 거죠.
과거에 자식이 부모의 노환을 돌본 것은 대부분은 노년까지 살기도 어려웠거니와 노년에 병이 들면 그리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주 희귀하거나 발견 자체가 늦지 않고서야, 지금은 돈만 있으면 암도, 희귀 질환도, 중증도, 주사 맞아가면서 80, 90까지 살 수가 있는데, 부모가 그 나이일 땐 자녀도 70이라, 이거를 막연히 어떤 효도 차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부모가 90에 자녀가 70이면 자녀도 온갖 병에 걸려있을 텐데 말이죠. 실제로 지금 노노간호는 꽤 많은 실정이고요. 저만 해도 이제 곧 50에 강직성 척추염, 만성 간염,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이 있고 저는 아마도 자녀가 없으니 저희 부모님과 달리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혼자 병원을 다니겠죠. ^^;;;;; 사회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럽에서 고령자의 조력 자살을 논의하는 것도 숙환, 노환, 각종 병증으로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고 누군가의 돌봄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이게 돈도 많이 들고 돌봄에 끝도 없고 본인도 불편하고 그런 여러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며, 조선에서 부모가 죽었을 때 3년 상을 치른 것도 어찌 보면 3년 상을 치르는 장남의 가족을 다른 형제가 부양해야 가능한 것으로,
글쎄요,
지금 시점에서 형제가 형제를 부양하고 그 형제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심지어 요즘엔 다들 외동이고 친척도 별로 없고 이렇던데요. 막상 저도 더 늙고 병 들어서 살고자 하는 의사가 높아질 수 있다 생각은 하면서도, 돌봄을 가족 간 효의 차원, 엄마와 딸의 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먹이고 씻기고 전적으로 돌보는 거는 2년 정도이고 5년 이후부터는 스스로 웬만하면 다 하는 데다가, 7세면 부모의 육체적인 돌봄은 거의 끝나죠, 학교도 가고요. 어떻든 점점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 기능하게 되는 거니까요. 자녀가 다 커도 싸고돌면서 키우는 이상한 부모의 예는 여기서 제외하겠습니다. ^^
반면 노년의 질환은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고 언젠가 스스로 할 거라는 비전도 없으며 자녀도 같이 늙어가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돌보는데 자식은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는 그런 관점 자체가 지금 시대와 차이가 난다고 보네요. 지금은 병과 함께 사는 시대이고, 돌봐야 하는 자녀도 병이 들어가는 시대라, 누구도 병과 돌봄에서 자유롭지 않은, 누가 누굴 비판하기 힘든 시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