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까지 하고 가족에게 분노할 거면 안 하는 게 낫죠
https://youtu.be/mR48 ddMDu-w? si=8 JcfT6 mQjh1 a5 bPK
근데 부모가 아프게 되면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 거 같긴 합니다. 일단 노후 재산도 있고 병간호나 기타 여러 문제를 경제적인 면이나 여러 면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고령자는 제외하고, 어느 정도 자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보면 말이죠. 본인이 자녀에게 그만큼 희생을 했기 때문에 자녀에게 받으려는 사람과 본인이 자녀에게 그만큼 희생한 건 아니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타협하려는 경우랄까요. 물론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이 오직 자녀에게 받으려고 하는 부모들도 있긴 해서, 예를 들어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 어린 시절 버린 부모가 나타나 보상금을 받으려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런 악독한 경우도 제외를 하겠습니다.
대부분 양심 있는 부모들은 병에 걸리더라도 자녀에게 무작정 병간호를 맡긴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들 간병 간병 하는데, 제가 서울대병원을 그렇게 다녀봐도 자녀들이 따라다니면서 부모 간병하는 건 많이 못 봤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부모 간병으로 애가 타나 싶을 정도로 자녀가 간병하는 거 흔하지 않습니다, 요즘엔) 대부분 혼자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혼자 하려는 분들이 많았고, 압도적으로 배우자가 간병을 했으며, 심지어 90세 할머니가 앞도 안 보이는데 혼자 병원 오는 것도 봤습니다.
자녀가 오게 되면 휠체어를 타야 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죠. 물론 간병 동행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었으며 다 딸이었고요. 아들이 오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지만 며느리는 솔직히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며느리가 오게 되면 아들이 거의 같이 오더군요. ^^;;;;;;
부모님들이 두 분 다 일을 해서 저는 어려서부터 모든 병원은 혼자 다녔고 지금도 여러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을 다니지만 한 번도 부모님에게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없다 보니까, 제가 결혼도 안 했고 노처녀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저에게 무작정 병간호를 해 달라 종용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독립을 했기 때문에 서로 경제적으로 연관된 것도 없고 하다 보니까, 저도 딱히 부모님에게 어떤 부탁을 하지 않고 부모님도 저에게 딱히 어떤 부탁을 하지 않게 됐으며, 이렇게 서로 생활을 구분해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병원도 서로 각자 다니는 상황에서, 심각해지니까 제가 한 달에 두어 번 병원을 다니고 예약부터 전반적인 걸 알아보게 된 거죠.
따라서 부모가 자녀에게 당연히 병간호를 기대한다는 건, 아마 자녀도 그만큼 부모와 생활이 연관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미 독립한 지 꽤 됐고 서로 생활이 완전 다른 자녀에게 어떤 부모도 덜컥 병간호를 요구하지 않으며 그런 부모라면 그건 어딘가 양심이 없는 거라, 이미 자녀와 여러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자녀가 부모가 이기적인 걸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큰 거죠.
통상적인 부모는 자기가 자녀에게 한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으며 만약 그렇게 되면 미안한 마음과 함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그렇더군요. 또 자녀가 일이 있어서 바쁘면 알아서 처리하려고 하지, 억지로 일을 빼가면서까지 자녀에게 간병을 요구하는 부모도 많지 않습니다.
덧붙여서 부모가 앓는 병은 결국 저도 늙어서 앓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저는 부모의 병원을 다니면서 각종 제도나 치료 방법을 알아보는 재미가(?) 사실 상당합니다. 막상 제가 늙고 병 들어서 부모도 없고 자녀도 없어서 간병을 받아야 할 정도가 됐다고 했을 때 병에 걸렸을 때는 어떤 설명을 들어도 이해도 못 했을 터라, 지금 이렇게 나름 명료할 때 여러 정보를 알게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이 만약 암이라면 본인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막상 자신이 암에 걸리면 의사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오지도 않을 거라, 부모가 암일 때 이런저런 정보를 들어두면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에 보면 다양한 질환을 위한 안내 정보가 상당히 많고 그런 건 본인이 아프면 절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다 놓치는 정보들이거든요.
당연히 지금 일이 바쁘고 간병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돈으로 해결하면 되겠지만, 마침 일도 그렇게 급하지 않고 급하더라도 병원에 같이 가고 예약하고 알아봐 줄 정도의 시간은 낼 수 있다고 하면, 암이라고 하더라도 배변까지 돌봐야 할 정도는 아직 아닐 테니까, 암은 이런 치료 방법을 겪는구나 하면서 미리 경험한다고 생각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국, 암, 뇌혈관, 심장 질환 중 하나로 사망하는데, 앞서 언급했듯 그중 하나에 대해 미리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둬서 나쁠 거야 없기 때문이죠. 또 이 과정에서 사회 안전망이나 기타 여러 제도도 보이면서 <내가 늙었을 때 이런 건 고쳐져야겠다> 현실 직시가 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혼자 벌어서 혼자 어떻게든 노후를 해결하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노년이 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판단력은 흐려지기 마련이고 게다가 병에 걸리면 의지도 약해집니다. 박스 줍는 걸 마치 별 거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그 정도로 길을 구분하고 정리를 할 정도면 건강이라도 한 거고요, 심각하면 사리 분별도 못 하게 되는데 그때 돈 있어봐야 무용지물이죠. 차라리 없으면 사회가 돕기라도 하는데 돈만 많으면 자칫 이상해집니다. ^^;;;;; 개인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사회 제도적으로도 개선될 부분은 있고 그런 인식 전환은 가족을 통해 간접 경험이라도 해봐야 성장하고요. ^^
또 저도 결혼한 남동생과 전업주부인 남동생의 부인이 있는데 제가 그렇게 병원을 다녀도 부모에게 전화 한 통 오는 걸 본 적도 없긴 하고 가끔 부모님에게 <왜 나만 이렇게 병원을 다녀?>라고 짜증을 낼 때도 있긴 한데, 그것 때문에 제가 부모와 좋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망치고 싶진 않아서, 제가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병원 다니고 하면 딱히 불만일 게 없는 거 같습니다.
사연자도 본인이 이 정도 시간은 낼 수 있겠다 설정을 하고서 움직이면 <오빠는 안 하고 왜 나만 하냐>, 이런 생각도 안 들고, 원래 한 달에 몇 번 부모와 식사했을 거니까 그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보게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배변이나 판단력에 문제 생기고 할 정도가 되면 그리고 그 기간이 1년 이상 넘어간다고 하면 그건 자녀가 간호할 영역은 넘어선 거라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가족도 못 알아보므로 굳이 가족이 간병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때는 또 남동생이나 돈이 있는 형제는 돈으로 해결을 하겠죠. 저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니까요. ^^
덧붙여서 꼭 자기에게 닥쳐야,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아야, 제도 개선을 외치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미리 가족을 통해서라도 경험하면 하나라도 제도가 개선됩니다. 이미 가족이 없는 독거인을 위한 병원 동행인 제도가 시행 중이거든요. 결혼도 안 할 거고, 자녀도 없을 거고, 사회에 좋은 일도 안 할 거면, 고령의 질병 상황을 오직 자기 돈으로 다 해결해야 되는데, 글쎄요, 그러자면 10억 도 모자랄 겁니다. 저는 앞으로 간병인과 요양병원 문제 알아볼 생각입니다. 부모님 문제이나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제 노년을 위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