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 연봉이 높은 직업도, 안정적인 직업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도 모두 완벽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직업은 단순히 하나의 조건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부모님 세대에게 좋은 직업이란 ‘평생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공무원, 교사, 대기업 정규직 같은 직업을 가지면 어쨌든 잘릴 걱정, 돈 끊길 걱정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명절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랑할 수 있는 체면도 갖출 수 있다. “어디 다니니?”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직장, 그것이 곧 좋은 직업의 기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자유롭게 기회를 찾아다닌다. 이직은 더 이상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성장의 동력이 된다. SNS로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며, 우리는 우리가 그간 정답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에 조금씩 의문을 품게 되었다.
높은 연봉을 받지만, 주말도 없이 일하는 삶은 과연 행복할까? 안정적이지만 매일 출근길이 너무 고통스러운 직장이 정말 좋은 직업인가? 이제 좋은 직업은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혼재하는 여러 가치관 속에서 그나마 좋은 직업에 대한 정의를 조심스레 내려보자면, ‘나다울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뻔한 말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볼 수 있으며, 그 일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면, 그리고 월요일 아침을 맞기가 덜 힘들다면, 그것이 괜찮은 직업이지 않을까. 힘들어도 ‘이게 내 일이지. 이게 나한테 맞아.’라는 느낌을 주는 직업이 있다면, 그게 본인에게 맞는 직업이지 않을까.
물론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은 필요하다. 생계가 걱정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즐겁기 어렵다. ‘금융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적정한 보상을 통해 우리가 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남들이 부러워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직업에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높은 연봉과 화려한 직함이 주는 만족감이 얼마나 오래 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직업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앞서 잠깐 이야기했던 ‘나의 성장 가능성’을 꼽을 수 있겠다. 5년 후, 10년 후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 내가 맡은 업무에서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는 확신을 주는 일이 진정한 보람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내 성장이 멈춰있는 곳에서는 결국 정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워라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야근이 잦지 않은 적당한 업무량부터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나는 워라밸로 묶어놓고 생각한다. 일이 전부인 삶은 위태롭다. 취미를 즐기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더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직장에서의 성취가 삶의 다른 영역을 희생시키도록 둘 수는 없다.
결국 좋은 직업에 절대적 기준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높은 연봉이, 누군가에게는 워라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가치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도전적인 일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안정적이고 루틴이 있는 일을 선호한다. 누군가는 혼자 조용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찾는 일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 그것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진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