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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이름 19장

리사가 된 미순

by 아티크 Artique

19장. 리사 초이의 메일


2013년 봄, Genea Link에 한 통의 긴 이메일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Lisa Choi,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녀는 자신을 1973년생, 3살 무렵 한국에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회계사, 어머니는 간호사예요. 저를 누구보다 사랑해주셨고, 저는 그 사랑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한쪽에는 늘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언가를 잊은 듯한 느낌, 누군가를 붙잡고 울던 기억 같은 조각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게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면, 저는 누군가와 이별을 했던 아이였을지도 모릅니다."


리사는 최근 친구의 권유로 Genea Link에 DNA를 등록했다고 했다. 그녀는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자신에게도 잊힌 가족이 있을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혜순은 사무실에서 리사의 DNA 결과가 시스템에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이 결과를 수백 번 시뮬레이션 해보았지만, 실제로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서버는 약 3시간 후, 한 건의 “매우 강력한 가족 유전자 일치”를 리포트했다. 관계: 형제자매로 추정.

이름: Lisa Choi. 생년: 1973년.


그 순간 혜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온 이름 — 미순 — 그 아이가 정말 살아 있었고, 그녀와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혜순은 한참을 고민했다. 리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 진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결국, 조심스럽게 첫 메일을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Lisa. 저는 Emily Sweet, 한국 이름은 강혜순입니다. 당신의 DNA 결과를 보며 멈춰 서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입양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오랫동안 찾아왔습니다. 당신이 혹시 저의 여동생 미순이라면, 저는 당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보내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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