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3-4일을 하루 평균 1건에서 많으면 3건 정도의 시술을 한다. 보통 내가 쓰는 글들은 나의 의료 행위와 의료 지식과는 무관한 단순히 세상 사람 사는 이야기 이므로 어떤 시술인지는 굳이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되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다.
항상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라 해서 예전엔 티비 프로그램 인간극장도 꽤나 애청자였다. 예능 프로그램도 '리얼'의 옷을 입은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남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여유가 있을 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며 주로 시키는 배달음식은 뭔지, 요즘의 최고 관심사는 무엇인지, 휴가는 어딜 다녀왔는지, 최근 다녀온 맛집은 어디인지 너무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사안들이 나는 참 궁금하다.
나란 사람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은 욕망이 꽤나 강한가 보다.
물론 몰라도 그만인 것들일 수 있지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 환경과 그 안에서의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면서 내가 살면서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본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 입장이 되어 함께 고민도 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중에 흘러나온 사소한 한마디에 순간 뇌리를 스치는 나의 생각들을 글로 담아 본다.
시술을 받으며 남자는 요즘 중장비 대여 사업을 구상 중이라 말했다. 나는 평소에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던 그 직업 세계를 상상하며 마치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 설레기도 한다.
중장비 운전이 아닌 대여사업이라니 초기 자본이 꽤나 많이 들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예산을 잡고 시작해야 할까? 중장비 대여사업을 생각하게 된 건 원래 중장비 관련 일을 했었기에 가능했겠지? 그럼 중장비 운전은 더 이상 지속할 생각이 없는 걸까? 무엇이 고충이기에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느낀 걸까? 중장비 운전을 배워서 자격증을 따려면 평균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나 같은 세상 난쟁이도 운전하는 게 가능할까?
질문과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너무나 궁금한 게 많다.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직접 다 경험해 보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으니 그들의 입을 통해서 상상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은 상상에 디테일의 날개를 달아 준다.
나의 이런 끝도 없는 궁금증을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걸 극혐 하는 나의 남편도 매번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한다.
"너무 궁금해하지 마. 실례일 수 있잖아"
나도 물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시술시간 내내 그 공간을 침묵으로 채우기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기도 하고 간단한 한마디 정보만 흘려도 나는 그 안에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아 입이 근질근질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의 대화를 불편해하지 않고 기꺼이 말을 주고받아 주는 사람들이 참으로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나를 찾는 이들에게 이 시술실 안에서의 시간이 편안하고 최소한의 고통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들에게 이 순간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기를 기대하고 또 노력해본다.
+ 올해 있었던 서울 세계 불꽃축제
음악과 함께 강렬한 불꽃을 나는 홀린 듯이 바라 보았다. 당시 4살 아들이 내 옆에 붙어 똥을 싸고 있었던 관계로 내 정신은 더욱 혼미하고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