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레슨 째고(?) 제주로

by 정전

첼로를 겨우 6주 배운 주제에 이번 주 레슨은 째고(?) 제주로 일탈했다.


계획된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어 며칠간의 여유가 생겼다. 문득 제주 올레길이 떠올랐다. 첼로는 이번 주만 멈추고, 가자.


첼로 이상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올레길. 아니 첼로를 만나기 전부터 항상 마음에 품고는 있었다.


제주 올레 패스포트(코스를 걸었다는 증빙인 스탬프 모음집)는 색이 살짝 바랜 채 항상 책장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에 부재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을 때도. 가장 최근 도장을 보니 10년 전인 2016년이다. 그동안 올레길을 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도장란은 듬성듬성이다. 기억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이번을 계기로 다시 걸어보자. 목표가 하나 더 생겨서 기쁘다.


*기존 목표: 2년 후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 제대로 연주하기


*수정된 목표: 2년 후 “올레길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 제대로 연주하기


올레 여행자 센터를 방문했다. 패스포트 코너를 보니 “규슈 올레”와 “몽골 올레”가 새로 생겼다! 우와, 패스포트를 들춰 보기만 해도 설렌다. 이 패스포트에 목적지마다 도장 찍는 맛이 있다. 언젠가 규슈도 몽골도 완주해야지.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것이 추가된다. 삶의 목표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미궁 속 헤매기만 했던 과거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서귀포의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햇살이 참 따스하기도 했다. 2월 초 기온이 영상 8도다. 귤, 현무암, 동백꽃, 선인장, 에메랄드 바다 모두 그리웠다. 오랜만에 하염없이 걸으니 충만해진다. 걸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 미래의 불안도, 과거의 곱씹음도. 지금은 없다.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아래 전시회명이 현재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지금, 여기, 우리.”


제주의 겨울은 비수기여서 더 좋다. 당일 숙소를 예약해도 무리가 없다. 걷다가 불쑥 들어간 밥집도 참 맛있다. 우연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


곧 복귀다. 다시 첼로 레슨 꼬박꼬박 나가야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