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 Oct 16. 2020

심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

다시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할 수 있기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


수개월 째 가라앉아 올라오지 못한 상태였다.
한 수천 미터 심해 저 밑바닥 정도.
슬럼프라 치부하기엔 학생 때건 직장일 때건
몇 년에 한 번씩은 폭풍처럼 겪던 그것과 완전히 달랐고 또 오래갔다.
그냥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고 할까.
그래서 '취미는 취미 수집'이라 할 만큼 숱한
내 취미 중의 하나, "자연으로 가기(Hike for life)"

하니만 계속 파고든 것 같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며칠전 생일주간 여행에서 느꼈다.

적당히가 안되는 나나 그의 교집합이

대폭발했던 여정. 미친듯이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신체건강을 잃고(다래끼) 정신건강을 얻었다.



2020.10.9~2020.10.12 Rail-ro trip
대구-봉화-태백-정선-동해-서울-대구. 3일동안 35km를 걸었다.





비록 지금  인생이
부드럽게 가지는 못해도
부끄럽게 가지는 말자.


어제 퇴근 후 친구를 만났다.

나를 봐온지 20년 조금 덜 채운 그녀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물론 잼을 만드는 니 모습도 좋지만 네가 빛날 땐 사람을 모으고 움직일 때야.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그리고 엇비슷한 타이밍에 엄마도 그랬다.
"한 번 다시 해보지 그래?"
남 좋은 일, 나만 힘든 일 제발 그만하라 말리던

가족과 지인들이 다시 해보란다.

그 일 할 때 내가 생기 있고 빛나니.




내 브랜드를 런칭하고,

돈을 모아 작업실을 열었던 2017년 그 무렵

나만 좋은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내가 만든 상품을 판매하고 브랜드를 키우는 일도 좋지만
그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사고
판매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와 상인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생활 속 먹거리 장터를 열어보겠다고 시작한 일.
그리고 이왕이면 환경을 위해보자 머리 맞댄 일.
앞산에서 열리고, 앞장서서 해나가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바르고 건강한 장터 앞장.'
그 앞장을 기획하고 주최해나가는
앞장다르크 나.

열두 번의 계절이 바뀌고 아 홉번의 앞장이 열린

그 과정에서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떠올리면 지금도 피꺼솟하는 사람도 있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겠지. 내 매장 안에서 내 손님만 만나왔던 나는 소위 진상이라고 말하는 손님은 겪은 적 없었고. 인복 있다고, 그래도 사람 좀 볼 줄 안다 자부하기에 곁엔 좋은 사람만 있어왔다.(아니다 싶으면 남김없이 잘라내는 '칼아라'니 당연한 걸지도) 그런데 몇 년간 행사를 해나가면서 만나는 사람의 수나 관계의 접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별의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다.
그러면서 지치고 닫혀 버렸다.


<기획자의 습관>  저자 생각 = 내 생각


이걸 하는 건 대체 업보인가 숙명인가 푸념하며
버거워서 내려놓을지 말지 수없이 고민하던 찰나 마침 코로나가 터졌고 자의반 타의반 그 핑계로 중단했다. 못했다기 보단 안했다고도 할 수 있다. 비대면 형식으로, 다른 돌파구를 모색해 할 수도 있었으니.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머무는 게 아니라 퇴보한다. 달력을 보는데 10월이 벌써 절반 지났고 올해가 두달 남짓 밖에 안남았단 사실에 벙-
2020년은 코로나므스키때문에 시작을

내 자의대로 못했지만 갈무리는 잘하고 싶다.

노력 없인 얻는 거 없고
부딪히고 깨지는 것 없인 성장하지 못하지 않는가.
열 번째 행사를 기획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또 쥐어터지더라도, 관계가 틀어지거나 상처를 받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곧 죽어도 고 해보기로.
오랜만에 아라켓트 추진력 발사를 해본다.
아 그런데 뭐부터 시작해야 되더라...?






마음을 드려요


그리고 추석 이후로
특별히 한 게 없는데 주문량이 제법 늘었다.
"선물했는데 받은 사람이 정말 좋아해서

또 다른 분께도 하려고요." 라거나
"선물 받았는데 너무 맛있어서 사러 왔어요."

라는 말을 듣는다.



...네 어쩌다 편지 대필도 합니다.



선물의 순환고리라 할까.
연말이 가까워져 가니 나 역시도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 생각이 많이 나는 거보면

손님들도 마찬가지 시겠지.
이렇게 되니 미뤄둔 패키지 제작을 다시금 진행해야겠다 싶다.
그리고 오늘 작업하면서 연말 선물세트도 구상했다.
버려지지 않는, 가치 있는, 참여 가능한 것으로.

오랜만에 설레고 떨리는 작업.

11월엔 선보여야지.


병 속에 담긴 시간





의미 있는  = 지속 가능한 


오랜만에 환경단체의 친한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나도 얼마 전 생각이 나 물어볼 것이 있던 참이었는데. 어라 어떻게 알고 먼저 그 얘길 꺼낸다?
대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도가 작년에 제작됐다. 아껴둔 몇 장 외에는 거의 떨어진 터라 다시 제작이 안될지, 안된다면 내가 자체적으로라도 따로 인쇄를 해도 되는지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질문도 하기 전에 대답부터 들은 셈.

S님 왈,

"올해도 제로웨이스트 지도2 제작합니다.
같이 실어도 될까요?"


묻따말 함께 합니다. 하고 말고요.
기존의 원고를 좀 더 보완해서 피드백했다.

[수제잼과 현미가래떡 / 다시 쓰는 택배상자와 아이스팩 / 플라스틱 대신 유리용기 / 비닐 대신 종이쇼핑백 / 에어캡 대신 종이뽁뽁이와 옥수수전분 완충제]

그리고 오늘 내내 불편했던 비닐 박스테이프도 친환경 종이+옥수수 전분 접착제가 쓰여 완전히 생분해 가능한 종이테이프로 구했다.



작년의 지도.시즌2가 기대된다.





bgm.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 - 가을방학





작가의 이전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