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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Nov 06. 2021

운동은 하고 싶지만 출산은 빨리 하기 싫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너는 체격은 좋으면서 체력은 왜 그러냐


어릴 적부터 아빠가 내게 자주 하던 말이다.

170센치의 작지 않은 키에

나름 다부진 어깨와 넓은 골반을 가지고 있는 난

어릴 땐 수영선수냐는 말도 듣고, 플라잉요가 상담받으러 가서는 요가강사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체격이 타고났다. 친구따라 인바디 검사하러 간 헬스장에서는 트레이너분이 "골격근량 장난 아니시네요. 헬스 엄청 하셨나 보다."라고 했다. 실제론 태어나 단 한 번도 헬스장 다녀본 적없는데^^ YMCA 아기스포츠단 출신에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도 했었지만 예민한 몸과 워낙 업앤다운 심한 컨디션으로 자주 골골 거리는 탓에 체력은 (특히 지구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인바디 검사표.


운동을 잘하진 못하지만 좋아는 한다.

초장 끗발 개 끗발이라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끝낸 운동이 적지 않다.

그동안 나를 스쳐 지나간 취미운동으로는

스쿼시, 클라이밍, 폴댄스, 프리다이빙, 발레 등.

그래도 도중하차 없이 지속하고 있는 운동도 있다.

바로 오래 걷기와 등산, 수영.

공통점은 비용 안 드는 생활 운동이라는 것.


어쨌든, 임산부로서 지난 반년 가장 괴로운 것은

더욱더 시시각각 제멋대로인 컨디션에

내 마음대로 몸 컨트롤이 어려워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더욱이 남편과 연애 시절부터 한 달에 2~4회씩

즐기던 등산은 임산부에게 위험한 운동이라 해서

아예 못하고 있다. 한 번은 남편에게

"배우 이시영은 임신 중에 하프마라톤도 뛰었대."

그러니까 나도...(등산도 하고 운동할래)." 했더니

"너는 이시영처럼 철인이 아니잖아."

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이랑 또 설산 오르고 싶어라.


입덧이 차츰 가라앉고,

임신 안정기라는 20주에 들어설 무렵

이제부터는 운동할래! 라며

하루 만 보에서 많게는 2만 오천 보 가량 걷다가

생리처럼 쏟아지는 피에 두 번이나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한테 혼나고, 질정을 처방받은 뒤

일주일씩 눕눕 생활을 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30주 차를 맞이한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서

순산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걸어도 좋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다만 고민이 한 가지 있다.

출산예정일이 2022년 1월 10일인데,

혹시나 38주 이전 빨리 낳는 일이 생길까 봐.

그동안 12월생인 남편이 12월생의 많은 단점을 이야기해오기도 했고,

예전에 뱃속에 차밍이가 들어서기 전에 철학관에서

"2022년에 태어나는 자식은 대성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땐 뭐, 임신도 안 했고 임신 생각도 없는데 하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 이후로 임신을 했고 엄마가 다른 곳에서 보신 신수에서도 "내년에 손주 생기면 자식운이 엄청 좋다."라고 했다고. 시어머니께서도 어디서 들으셨는지 남편의 띠인 말띠와 2022년의 띠 호랑이띠가 그렇게 좋은 궁합이라고 귀띔하셨다. 이 정도 되니 차밍이는 2022년생이어야만 할 것 같다.


게다가, 금전적인 혜택도 있다. 기존에 아이가 태어나면 지자체에서 출산지원금을 을 주는데, 2022년부터는 지자체와는 별도로 정부차원에서 '첫만남 이용권'이라는 이름의 출산지원금으로 태어나는 아기 1명당 200만원이 일시금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임신바우처도 60만 원이지만 내년에 임신하는 임산부들은 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지금은 진료비에만 국한되어 임신 관련 약을 처방받는 데엔 자부담이라 매달 약값 1~20만 원은 따로 든다. 아직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많이 남은 지금 바우처 잔액은 1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 예정일대로 2022년에 출산하기만을 바란다. 그런데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면 혹시나 출산일이 앞당겨져 올해 태어날까 봐, 그게 걱정돼서 사실 조심스럽다. 실제로 12월 말 또는 1월 초 예정일인 어떤 산모들은 아예 막달에는 꿈쩍도 안 하고 누워만 지낼 거라는 말들도 한다. 그렇지만 운동을 안 하고 지내자니 진통시간이 길어지거나 혹은 원치 않는 제왕절개를 하게 될까 봐. 그것도 문제다.


엄마들 마음이 똑같네


어차피 출산일은 아기 마음이라고 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운동도 할 만큼 해야겠다 결심했다. 단,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래서 나에겐 아주 밋밋한(?) 임산부 요가를 시작했고, 이제 하루에 최소 5,000보에서 최대 10,000보씩 걷기로. 그리고 임산부에게 좋은 운동인 수영도 하려 한다. 코로나 이후 매주 가던 목욕탕도 발길 끊고 여전히 사우나나 수영장 시설도 무섭긴 하지만, 위드코로나잖아? 마침 대구에서도 집 가까이 큰 수영장이 있고, 함양에도 찾아보니 국민체육센터라고 큰 규모의 수영장이 있다.


모처럼 만 보 넘은 날.


그런데 걸리는 것 한 가지. 두 수영장에 전화해보니 백신 접종 2차까지 완료하거나 pcr 음성확인서 없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하단다. 지금은 백신패스 계도 기간이라 괜찮지만 15일 이후로 적용된다고 하니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임산부인 내가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백신은 출산 전까지 맞을 생각이 절대 없다. 가뜩이나 태아에게 안 좋을까 봐 약이나 주사도 함부로 먹거나 맞지 않는데 백신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음성확인서도 48시간 이내의 것만 유효하니 매번 갈 때마다 코 찔림을 당해야 한다 읔.


보건소나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임산부라서 백신 접종이 불가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 보여주면 된다는 말도 있는데 확실하진 않으니 수영은 차차 생각해봐야지. 선데이모닝수영을 꿈꾸며-



뚠뚠한 임산부는 오늘도 헛둘헛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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