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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18. 2019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잼머(생산자)이고,

앞장다르크(기획자)이고,

푸드큐레이터(중개인)입니다.





#잼머

저는 잼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라고 하면 "뭘 만든다고요?"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잼이요 수제잼. 빵에 발라먹는 잼을 만들어요."

내가 잼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렇지만 빵순이 떡순이인 내가 발라먹을 수 있는 잼을 먹기 위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건강한 달콤함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청이나 잼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던

그즈음 마침 홍보담당자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직후였고. 여느 날처럼 생강대추청을 담그고

이모네에 김장을 도우러 가던 어느 겨울날
무릎을 탁 쳤다.
'그래 한 번 해보는거야.'

2015년 12월 19일, 내 이름을 따서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뜻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오늘도 예쁘지만 내일은 더 예뻐지실 거예요.'라는 브랜드 카피를 정하고.


주중엔 열심히 재료를 손질하고 잼과 청을 만들어
주말마다 프리마켓에 나가고,
그렇게 번 돈을 아끼고 모은 지 일 년,
마침내 2017년 5월, 매장 문을 열었다.






#공간


오래 가진 꿈이 있었다.
바로 나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

내 작업실을 방문한 지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네가 잼을 만드는 일을 할 줄은 몰랐다."
외향적이고 전국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는 김길동이, 클라이밍이나 폴댄스처럼 역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저어가며 수련하듯 잼을 만들어내는 잼머가 될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나 역시도 몰랐죠

또 자주 듣는 말.
"언젠가 너의 공간을 가질 줄은 알았다."
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나만의 공간, 아틀리에를 갖겠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있는 곳을 꾸미고 변화시키고 아름답게 만들곤 하던지라 (미화부장은 항상 내 몫) 온전히 내 공간을 가지게 된 게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작업실은
나의 일터이자, 아지트이자, 힐링공간이  되었다.








#같이의 가치

25평.
생각보다 꽤 넓은 작업실을 가지게 된 나는
처음에 이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막막했다. 그 고민을 친한 지인에게 털어놓았는데, 돌아온 현답.



"무엇으로 채우긴.
사람으로 채워나가면 되지."



그 후 이 공간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영화제를 열기도 하였고,
손재주 좋은 분을 초빙하여 마크라메 원데이클래스를 하는 공간으로 쓰기도 했고,
빵을 만드는 셰프님과 함께 콜라보로 팝업 키친을 열기도 했고,
작은 장터를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네 번 열기도 했다.

같이의 가치, 공명현상을 믿는 나는 
이제는 한 가지 소개가 더 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잼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문화가 깃든 장을 기획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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