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올해 목표 중에 하나였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책 완독!
7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의 부담으로,
몇 년째 책꽂이에 잠들어 있던 책이다.
몇 번은 꺼내 읽기 시작했었지만,
처음 1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여
또다시 처음부터 읽고 중단하고를 반복했었다.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 첫 단원 "집합" 부분만
까맣게 변하던 책처럼 :)
이 책 역시 읽고 중단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더욱 시작하기가 어려워져 버린 느낌.
이 책이 재미없어서는 아니었다.
뭔가 기대감으로, 이 책이 주는 부담감으로,
다른 어떤 책보다 꼼꼼하게 몰입하여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드디어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아 있는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책에 담고 있는 방대한 과학과 우주 이야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관찰했던 위인들.
그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들이었다.
인간은 정말 똑똑하다는 것 :)
호기심 대마왕 인간.
안다는 것, 알아간다는 것은
인간에게 생존의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이다.
어려울 것 같은
우주, 과학, 수학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증명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그것을 증명하고 알아내려고 했던 그 탐구 정신에
감탄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끝이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우주, 코스모스, 또 다른 행성들에 대한
호기심, 의구심은 더 커져만 간다.
코스모스는 거대한 바다이다.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보물 창고.
그러면서 불현듯 종종 찾아오는 생각들을
또다시 하게 된다.
인간 존재는 참 신비롭다.
나는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많은 사람들 중 너를 만날 수 있었을까?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지구인이 아닌 다른 생명체는 존재할까?
지구 보다 더 발전된 세계에 살고 있을까?
인간이 탐구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책 이야기를 하면서 내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을 보니,
내 곁에 있어준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그 많고 많은, 그 넓고 넓은, 우주에서
나란 존재를 만났으니 얼마나 고귀한 인연인지.
그리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무한한 세계에서 티끌처럼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지구에서의 인간이라는 존재.
아까는 고귀했는데 이번엔 보잘것없다 한다.
우주까지 갈 것도 없이,
조금만 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구에서 조금만 떨어져
지구를, 우리를 바라본다면
인간 모두는 똑같은 존재이다.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무한한 시공간 코스모스 안에서
그저 하나의 점일 뿐이다.
하루살이의 세계에서도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삶.
존재하겠지?
코스모스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삶 역시 하루살이일 뿐.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하찮다 판단할 수 없다.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닌데.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소중한데
인간은 지구와 생명체들에게
참 몹쓸 짓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코스모스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과학 지식.
이보다 더 깊게 깨닫게 되는
나, 우리, 지구, 인류에 대한 생각들.
내 마음에 새겨 삶에 녹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렇게 위대한 책이 있음에 새삼 너무나 감사하다.
내가 모르고 있는 세계.
배우지 않아 그 세계의 존재조차 모른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부지런히 배우고 경험해야겠다.
배우고 싶은 것이 아직도 너무 많다.
재미있는 세상 :)
무한한 공간 우주를 알고 싶다 하더니,
결국에는 하나의 점,
나의 세계에 완전히 집중된 결론...
참 묘한 존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