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술의 발달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등 떠밀려 시작한 사업으로
한없이 불행했다.
그리고 그 일을 내 손에서 떼어낸 후
유튜브 시청으로만 쓰던
비싼 장난감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작은
캘리그래피를 해볼 생각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 극성으로
여러 학원을 다녔는데,
그중에서 제일 재밌게 했던 것이
서예였다는 사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캘리그래피로 글을 써본 건
위의 두 개가 전부.
글씨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미술은 언제나 좋아했던 것 같다.
미술관이 유명한 여행지에 가면
미술관 일정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동선을 짜곤 했다.
결혼 직후 파리에서
1년 반 동안 살게 되었는데,
미술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누릴 수 있었다.
미술관을 좋아하고,
예쁜 디자인을 좋아했지만
한 번도 내가 직접 그림을 그려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낙서를 해보면서
행복하고, 힐링되는 느낌을 알았다.
그림을 통해 소통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얻는 에너지로
나만의 그림을 쉬지 않고
그리게 되었다.
그림 중독.
예술 중독.
사과 중독.
그림을 배우지 않아도, 기술이 없어도,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발전한
과학과 기술, 디지털에
감사한 마음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일러스트인 것 같다.
나처럼 그림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Art can be any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