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이 암울했던 천재화가를 덮친 바이러스
최근 에곤쉴레에 빠져 지냈다. 그의 과감하고 강렬한 터치로 표현된 그림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한번 보면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그의 그림들. 지금 스톡홀름에 잠시 머무르고 있어서 아쉬운대로 그에 대한 전자책을 검색했다,
어둡고 슬픈 그의 그림체는 말해준다. 그의 인생이 암울하고 평탄치 않았을거라는 것을. 그의 그림이 주는 분위기로 이 천재화가의 요절 원인을 우울증이나 자살, 아니면 약물 중독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그의 사망 원인은 뜻밖에도 그가 살던 유럽을 강타했던 전염병,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던 바이러스였다. 지금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는 것도 바이러스인데 에곤 쉴레가 사망한 1918년 이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바이러스가 한국 전체를, 아니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5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는 740만여명이 감염됐고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분리·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그동안 스페인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하였다. 재생 결과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 중 h4N1형으로 확인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페인독감 [Spanish flu/ Spanish influenza] (두산백과)
한 화가에 대한 단순한 끌림으로 찾아보게 된 에곤쉴레의 일대기는 요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바이러스 문제와 연결이 되었다. 한국에 어려움을 초래한 어떤 대상들에 대한 분노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나를 더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내 눈에는 상식으로 보이는 문제에 대해 전혀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커다란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인간은 각자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그러니 나의 렌즈에 문제는 없는지, 내가 렌즈를 통해 하고 있는 나의 판단을 돌아보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올바른 렌즈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도록 배움을 놓치 말아야한다. 한가지 고정된 렌즈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늘 세상은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감정을 쏟기 보다는 전염에 대한 경각심을 놓치 말고 서로 서로 조심하며 지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나는 한국이 아닌 먼 나라 스톡홀름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곳에 있다고 해서 한없이 마음이 편한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것도 조심스럽다. 청정지역에 있어서 부럽다는 말을 듣기도 미안해지고,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겪지는 않는지 되려 나를 걱정해주는 지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걱정되고 그렇다.
언제쯤 이 사태가 끝이 나는 것일까. 4월 중순쯤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였다. 그리고 4월말부터 계획된 수원 행궁동 전시가 있는데.... 그래도 4월이니까 이때쯤이면 무리 없이 진행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사태가 끝나면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원상태로 돌아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버티다 못해 쓰러지는 산업들, 자영업자들도 많이 생길것 같다. 사회 시스템, 일하는 방식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상황에 맞게 변화되고 진화될 것이 분명하다.
28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에곤쉴레. 끝이 있어서 인생이 더 아름다운거라고 말을 하지만, 28년은 너무나 짧았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내가 계획한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에곤쉴레는 임신한 아내를 그와 똑같은 전염병 스페인 독감으로 먼저 보내고 3일 후에 아이와 아내를 따라 생을 마감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결론은 하나다.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하루에 감사를 보낸다.
내가 누리는 나의 일상에 감사를 보낸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