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넘어져서 이마가 빨개졌다. (크게 다치거나 까지진 않았다) 아이의 엄마는 어떡하냐며 난리가 났다. 순간 나의 어릴 적을 떠올려보았다. 난 어땠는가..
어릴 적 어느 날, 어쩌다 냉장고에 있던 우유를 꺼내먹었는데 맛이 이상했다.
"엄마! 우유 맛이 좀 이상한데?"
"날짜 지난 거 먹은 거 아니야?"
"그러네. 날짜 조금 지났네...."
"잘 보고 먹어야지.. 괜찮아, 안 죽어."
화장실을 2~3번 가긴 했지만 괜찮았다. 죽진 않았다.
초등 6학년 때, 어쩌다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갔었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엄마도 많이 울고 나도 무서워서 많이 울었다. 다행히 지혈도 잘 되고 뼈는 괜찮았다. 엄마도 무서워서 떨고 울었으면서 엄마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괜찮대. 이런 걸로 안 죽어, 괜찮아."
이러다 내가 죽는 건 아닐까 싶어서 너무 무서웠던 날인데 엄마의 그 말이 안심이 되었다.
어느 날은 아파서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아파서 학교에 안 가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말씀하셨다.
"일어나~ 안 죽는다~ 죽어도 학교 가서 죽어라 학교가."
양호실에 누워있더라도 그렇게 학교는 갔다.
그렇게 성인이 된 나는 웬만한 일에는 꺾이지 않는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안 죽어 괜찮아."라는 말은 안심이 된다. 살다 보면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대회에서 상을 못 받기도 하고, 하던 사업이 망하기도 하고, 여러 풍파가 있어도 견딜만했다. 인대가 찢어져서 다리에 깁스를 했을 때도 비 오는 날이었는데 우비를 입고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서 강의를 갔다. 그 다리로 6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힘들 때마다 생각한다.
"괜찮아, 이런 거로는 안 죽는다. 괜찮다."
그렇게 잡초처럼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해도 나는 계속 살아남는다.
괜찮다, 안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