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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Aug 18. 2024

고해성사

고해성사의 진정한 의미

초등학생 때의 일이 생각난다.

천주교에는 '고해성사'라는 것이 있다. 고해성사실은 한 사람정도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인데 고해성사실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면서 순서대로 진행하면 된다. 들어가면 신부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 신부님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렵다. '나는 이런 잘못을 했다'라는 것을 스스로 입 밖으로 내뱉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등학생이던 나는 "친구와 싸웠어요", "엄마를 속상하게 했어요"같은 것들을 고백했었다. 말하다 보면 울컥해서 울기도 했다. 신부님은 나의 솔직한 고백을 경청해 주신다. 그리고 나면 이제 신부님은 '보속'이라는 것을 주시는데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숙제 같은 것이다. 용서를 받으려면 숙제를 해야 한다. 당시 우리 신부님은 '친구에게 가서 먼저 사과하기'나 '엄마한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기'같은 숙제를 주셨었다. 러면 나는 그 숙제를 해야 했 먼저 사과하기 싫어도 내가 먼저 손내밀 기도 하며 숙제를 잘 해냈고 고해성사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다신 잘못을 하지 말아야지 같은 다짐도 했었다. 고해성사는 흔히 하는 오해처럼 그저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며 죄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고해성사는 자신의 잘못을 용기 있게 고백하고 그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 이후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마음까지 연결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보속을 실천하면서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댓가까지 치른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기 있게 고백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뉘우고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 잘못에 대한 댓가를 감당하것은 고해성사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살면서 꼭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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