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선생님께 질문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면 어느 정도 그려야 해요?"
그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망했다는 그림을 10분 이내로 수습할 수 있는 정도."
수업을 하다 보면 매시간마다 몇 명씩은 외친다.
"선생님! 그림 망한 거 같아요, 어떡하죠?"
"선생님! 저 망했어요."
"저 그림 수습이 안 돼요 진짜 망했어요."
수강생분들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이상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럴 때마다 초반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당황스럽지 않다.
"아직 덜 해서 그래요. 그쪽 중간톤 더 올리세요."
"그쪽에만 힘이 들어가서 찍혀서 그렇지. 지우개로 찍어서 빼던지, 그 옆에 칠해서 톤 맞추세요."
수습 방법을 말해주거나 심각하면 직접 살려준다.
"와~ 망한 줄 알았던 제 그림이 살아났어요!"
수습된 그림에 대해서 사람들은 마법처럼 신기해한다. 그런 순간들은 뿌듯하고 재미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내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남의 그림 잘되게 해주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