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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Nov 08. 2023

마라톤, 이대로 괜찮은가!

아니, 안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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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의 제안에 덜컥 신청해 버린 2024 서울동아마라톤. 요즘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 이슈가 된 것을 보았다. 그래서 같은 84로서 84의 명예를 걸고 나도 한번 뛰어 보겠다! 라는 그런 마음으로 비장하게 신청을 하고야 말았! 


...을 리가 없지. 


나는 그냥 언제나처럼 지수의 제안에 YES를 외쳤을 뿐이고! 5km 코스도 있는 줄 알았고! 알고 보니 없었고! 최소 10km였고! 한다고 했다가 무르기 싫어서 신청했고! 최근 달려 보니 겨우 2km밖에 못 뛰겠고! 


뭐, 이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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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 하나 시작하면 주변에 떠벌리는 걸 좋아해서 벌써 많은 곳에 '저 내년 봄에 마라톤 나가요'라며 얘기해 놓았다. 누가 보면 왕년에 달리기 좀 해 본 사람 같지만- 예? 달리기라뇨? 런데이 앱으로 겨우 30분 달리기 완성 한 번 해 본 게 다입니다. 공식적인 마라톤이라고는 작년 어린이날에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하는 국제어린이마라톤 나가 본 게 다인데, 그마저도 걸었죠...... (참가에 의의를 두는 편) 그런데 또 얼마나 신나게 이야기를 했는지 듣는 사람들마다 '마라톤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진지하게 물어봐 주셔서 반성 겸 쓰는 글이다. (동공 지진을 애써 숨기며) 


마, 마라톤 훈련이요? 글쎄요...... 그냥 헬스장 가면 러닝머신 뛰는데요. 하루에 30초씩 더 달리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것도 훈련일까요. (이대로는 안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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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수의 추천대로 <나 혼자 산다> 마라톤 편을 자세히 보았고, 거리에 상관없이 건강하게 완주하려면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제서야?) 비록 풀코스는 아니지만 10km도 내 체력과 달리기 실력(?)으로는 버거울 것이 분명하기에. 자,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몸을 가볍게 만들기

일단 근력을 좀 더 키우고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겠다. 몸이 무거우면 달릴 때 하중이 거듭 가해져 허리와 무릎, 발목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그리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소 5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천천히 뛰었을 때 약 15분 정도까지는 뛸 수 있는데 그래 봤자 2km밖에 안 되니 얼마나 느리게 뛴 건지. (약 7.2 정도)


2) 일주일에 최소 3회는 뛰기

이번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3~5km 정도는 뛸 수 있도록 주 3회 꼬박꼬박 열심히 달려 보자. 그러다 무릎 나가면 안 되니까 근력 운동도 병행하고 식사도 잘 챙기고. 


3) 금주

당분간 금주. 근데 마라톤이 내년 봄인데... 내년부터 금주해도 되지 않을까? 일단 있는 건 다 마시고 연말도 지나고요...... (예끼!) 


4) 차림새

신발과 옷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뭐 하나 시작하면 장비를 구비하는 데 시간과 돈을 알차게 날려먹은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뛰는 일이 좀 익숙해지면 신발과 옷도 한번 알아봐야겠다. 지수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겠지. 지수는 나보다 훨씬 잘 뛰고 체력도 좋다. 그는 하프 마라톤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수의 목표가 3대 마라톤 풀코스 완주인 것을 알았다. 정말 어찌나 멋지던지! 나는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불쑥 이렇게 말해 버렸다. 


나도 언젠가는 풀코스를 꼭 한번 뛰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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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전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냥 한번 해 본 말이 커지고 커져서 현실이 되고 그렇게 쌓인 과거가 나를 이런 미래로 데려다 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현재가 된 그 미래가, 꽤나 흥미롭고 즐거워서 말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괜히 했다 후회도 하고 막막해서 도망가고 싶지만 또 어떻게 시간이 흐르고 우당탕탕 해 내게 되는 것. 아마 마라톤도 그럴 것이다. 근데 이제, 그러기에는 좀 규모가 크긴 하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좀 더 마음을 내어 진지하게 잘 준비해 보자. 


이렇게 써 놓으면 적어도 포기는 못하겠지. 중간에 걷더라도 시작은 할 것이고 끝을 내고야 말 것이다. 10km를 완주하면 하프에 관심이 갈 것이고, 만약 완주를 못 하더라도 다시 한번 10km에 도전할 마음이 생길 테니 결국 실패란 없다. (이상 실패 전문가의 자기 위안 및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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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이야기하지만, 목표를 도전 자체에 두면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된다. 도전 자체가 성공인 것이다. 성공에 대한 기준과 잣대, 평가가 무척이나 엄격한 시대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엄격함 속에 정작 '나'나 '나의 의견'은 없는 경우가 많다. 주로 타인의 시선과 기준 아래 쓸데없이 엄격하고 매서운 평가가 나온다는 생각. 이만하면 성공이지! 라고 내가 스스로를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겨도, 너 그거 성공 아니야 착각하지 마- 라고 친절하게도 알려주는 사회. 이 안에서 오래 건강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누구도 해할 수 없는 나만의 성공과 내면의 성취를 계속해서 쌓아갈 수 있기를.


그러자면, 좀 더 의연해져야겠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것 자체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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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km 마라톤은 성공하고 싶군. 그래서 오늘도 오전에 운동을 다녀왔다. 14분 뛰었다. 이번 주 내로 15분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 그 후로는 안정적으로 20분, 30분 늘려가고 날이 좀 춥더라도 밖으로 나가 뛰는 시간을 가져야지. 


요즘 이렇다 할 목표 없이 살았는데, 조금 기운이 난다. 새로운 글도 시작했다. 뭐든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노래를 듣는다. 최근 들어 심규선과 신지훈을 자주 듣고 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노래가 본래 시였음을 알려주는 노래들이 있다고. 김광석이 그랬고, 유재하가 그랬다. 심규선과 신지훈도 그렇다. 기회가 된다면 콘서트에 가 보고 싶다.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 큰 울림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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