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가 보기로 (feat. 건강은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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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합평을 하는 날이었는데 속탈이 나서 못 갔다. 한 텀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인 데다가 내 작품을 보는 나름 중요한 날이라 사실 펑크를 내면 안 되었다. 하지만 탈이 났는데 뭐, 별수 없지. 어제 오후 장문의 메시지로 사죄의 변을 올리고 폰을 저만치 밀어 둔 후, 드러누워 생각했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멍청할까.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닌데 새삼 나의 멍청함에 대해 고뇌하는 밤이 길었다. 그러다 내린 결론. 좀 잘 챙겨 먹어야겠다. 몸에 좋은 걸로. 나는 더 이상 2030이 아니니까. 바야흐로 40대니까. 그런데 쉽지가 않다. 식생활도 습관이라 한순간에 달라지기가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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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번 주 월요일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추운데 떡볶이를 먹고 - 사실 어렸을 때 떡볶이를 먹고 체한 적이 있어서 선호하지는 않는 음식 - 곧바로 찬 커피를 마신 후 소화가 잘 안 되었는지도 모르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 채로 다음날 다시 매운 음식을 먹고 글 쓴다고 종일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어느 순간 위가 쥐어짜듯이 아팠다. 오! 웬일이야. 음식이 너무 매웠나? (깨달음이 빠른 편...........)
그 음식이란 건 별 건 아니고, 라면에다가 엄마가 주신 매운 고춧가루를 한 숟갈 넣었는데 그게 탈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이거 매우니까 아주 째끔씩만 살살 뿌려야 돼, 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귓구멍이 막힌 딸은 멍청하게 아주 듬뿍 넣었지요. 나는 매운 걸 좋아하니까 이래 가면서. 그때부터 좀 망조였구만. 슬슬 윗배를 문지르며 뒤늦은 후회를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뭐 별 탈 없이 밤을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다. 이날은 약속이 있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아니 그때부터 속이 난리가 난 것. 우르릉 쏴아 파도가 쉼 없이 몰아쳤다.
하여튼 간신히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와 약을 먹고 누웠는데 간만에 외출을 해서 그런지 몸살기도 돌고 아주 한심스럽기가 그지없는 상태였다. 남들은 일주일 내내 일도 하는데 뭘 한다고 고작 하루 외출에 이렇게 앓아눕다니! 제법 울적한 상태로 누워서 쓸데없는 공상과 망상을 거듭하다가 형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득달같이 전화가 왔다.
너 마라톤 그거 나가지 마.
대뜸 그 말부터 하는 게 웃겨서 킬킬댔다. 그리고 제발 좀 잘 챙겨 먹어라. 아무거나 대충 먹지 말고. 내 대답은 갈수록 희미해졌다. 어어어. 어.. 어어... 어....... 라면이라도, 컵라면 말고 끓여 먹는 걸로 먹고. 그래, 알았어. 대답은 온순한 학생처럼 잘했다. (주특기) 사실 이번에도 끓여 먹긴 했지. 매운 고춧가루가 문제였다구. 하지만 그 말은 속으로 삼켰다. 괜히 더 혼나기만 하겠지. 매운 것도 그만 먹어야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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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챙겨 먹으려고 요리도 배워 보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최근에는 때를 거르지 않고 뭐라도 꼬박꼬박 먹고 채소도 많이 먹었는데 좀 억울한 마음. 하지만 앞선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탈이 나려면 단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그전에 전조 현상만 여러 번이었을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미 여러 차례 작은 사건 사고들이 줄을 잇지만 그걸 무시했을 때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일상도 비슷하겠다.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여러 번 신호를 받고서도 괜찮겠지 하고 그냥 넘긴 일들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깨닫는 것이다. 아, 큰일이다! 하고.
내 경우 근래 가장 큰 기쁨(이자 고통...)이었던 소설 합평에 불참하는 사태를 맞았다. 내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비어 버린 시간을 어찌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니 괴로움도 뒤따랐다. 아, 누굴 탓하랴. 다 내 잘못이다. 내 몸이 과거와 다름을, 이전 같지 않음을 잘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에너지를 조절해 써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했다. 형신은 조곤조곤 제 생각을 전해 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에너지가 2, 30프로 대로 떨어지면 알아서 쉬고 충전을 하는데, 내가 볼 때 너는 거의 0이 될 때까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방전되면 그제서야 아! 하고 놀라는 거지.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정신이 주는 신호에는 매우 민감한 편이라 잘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 왔는데 몸에 대해서는 무지한 데다 무심하기까지 했다. 무심해서 무지했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 왔다. 그걸 알아차리고 다시 잘 살아 보겠다고 다짐한 게 요 몇 년인데 역시나 또 잊어버리고 말았지. 배우고 잊고 다시 배우고 까먹고 또 배우는 날들의 연속이다. 뭐, 이런 게 삶이겠지만 지난해서 때로 지치는 것도 사실.
그래도 어쩌겠나. 죽는 날까지는 내가 안고 가야 할 나의 몸, 나의 육체, 내 몸뚱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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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뭐 이런 말을 주워섬길 필요도 없이 몸 건강이 최고임을 다시 한번 깨달은 한 주였다. 한 사흘 내리 흰 죽만 먹었더니 많이 좋아졌다. 눈앞에는 자꾸 얼큰한 짬뽕이 떠다니지만 확연히 좋아질 때까지는 좀 자중하고 푹 쉬어야지. 계속 쉬고 있기는 하지만. (머쓱)
그 와중에 후뢰시맨 소식은 또 못 참아서 한 편 올렸고, 단편도 하나 거의 마무리해 간다. 이 작품을 합평받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아무런 기미도, 기별도 없는 날들이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가고 있다. 그거면 됐다.
봄도 파이팅!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