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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26. 2021

햄버거가 먹고 싶어

참깨빵 위에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먹고 싶어



최애버거 중 하나 다운타우너


햄버거가 먹고 싶다. 참깨가 송송 박힌 폭신한 번, 아래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노릇하게 구워져 겉면에 육즙이 번드르르 흐르는 고기패티는 무조건 메인이 된다. 그리고 데쳐지지 않아 신선한 초록빛이 인상적인 양상추가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새빨간 토마토 패티도 빠지면 아쉽지. 양파의 경우 캬라멜라이징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아삭한 식감을 위해 생양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인 편. 그 외에 바삭하게 익은 베이컨도 추가되면 더 좋겠다. 스페셜 옵션으로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썰리는 아보카도나 통통하게 꽉찬 새우패티도 있다.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햄버거 세상, 미국인들은 이 좋은 걸 옛날부터 즐겼구나.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노래를 부르면 궁금해진다 특별한 소스? 그게 뭔데. 상상해보자. 지금 따뜻한 햄버거 하나가 서빙됐다. 당신의 입안 가득차게끔 얼른 한 입 베어물어 씹어보자. 빵, 고기패티, 양상추 이것저것 내 취향 옵션들이 맛있게 씹힌다. 하지만 재료의 식감과 풍미만으로 햄버거가 완성되는 게 아니다. 이 둘 사이를 쫀쫀하게 연결해주는 역할은 소스에게 있다. 고소하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마요네즈와 달콤하게 혀를 감싸는 데리소스, 햄버거 마다 소스 종류도 다르다. 상상 속 당신의 입안을 가득 채워주는 소스는 무슨 맛일까. 아마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겠지요.



1) 30분 기다려서 먹는 수제버거맛


다운타우너 아보카도버거


햄버거는 더이상 인스턴트 푸드가 아니다. 수제버거 등장 이후 햄버거 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도 한개에 3,000원? 이제는 한개에 30,000원짜리도 있다. 비싸져서 다 나쁠까? 그건 또 아니다. 높아진 햄버거 격만큼이나 풍미도 진화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수제버거는 한 접시의 요리와 같다. 정성과 다채로운 맛이 함께 느껴진다. 다운타우너는 지금도 핫한 수제버거집이다. 점심시간에 먹으려면 줄을 서야한다. 줄이 길면 가게를 휘감을 정도가 되며 30분이나 걸리기도 한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아보카도가 대수야?"


먹어보니 대수더라. 두툼한 두께를 보라. 손으로 감싸쥐는 순간부터 심장이 쿵쿵 뛴다. 계란 노른자 식감처럼 부드럽게 으깨지는 아보카도에서는 고-소한 맛이 난다. 살짝 기름진 맛도 나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향이 입에 들어찬다. 신선하게 익혀진 고기와 베이컨이 풍미를 잡아준다. 또한 푸릇푸릇한 녹색 컬러를 더해 햄버거 비주얼을 완성하기도 한다. 번 역시 퍼석퍼석하지 않고 적당히 촉촉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 역시 최고다. 단짠에 의지하지 않은, 메인 재료의 맛을 적당히 뒷받침해주는 소스가 치고빠지기식으로 햄버거 맛을 완성한다.



2)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나의 최애 1번 쉑쉑 머쉬룸버거


하지만 최애를 고르라면 나는 고민없이 쉑쉑을 고르겠다. 그 중에서도 머쉬룸버거가 진국이다. 햄버거 패티맛은 육고기로만 표현할 수 있다는 내 편견이 박살난 버거다. 검지 한 마디 두께 정도로 두툼하게 튀겨진 버섯패티 안에는 신기하게도 즙이 있다. 그 즙에서는 고기향이 난다. 반면에 겉은 상당히 바삭하다. 거친 결을 경쾌하게 씹어내려가면 꽉찬, 구운 버섯향이 빠져나온다. 그 맛이 매우 재미있다. 아니, 맛있다. 사실 난 버섯을 정말 싫어한다. 피망 골라먹는 짱구마냥 반찬 속 버섯은 다 골라내는 편이다. 그런데도 머쉬룸버거가 최애라니. 그만큼 맛있다. 버섯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감자튀김과 톡쏘는 콜라. 이 조합도 햄버거에서 빠지지 못할 묘미다. 하지만 쉑쉑버거는 좀 다르다. 밀크쉐이크를 준다. 얼음이 서걱거리지 않는, 정말 부드럽게만 갈린 밀크쉐이크를 말이다. "여기에 감튀를 찍어먹으라고?" 처음엔 의아했다. 난 한번도 감자튀김을 쉐이크에 묻혀 먹는 세상이 올거라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의외로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콜라 대신 밀크쉐이크의 달콤함이 감튀랑 버무려져 단-짠이 완성된다. 햄버거는 햄버거대로, 감튀밀쉐는 이대로 즐겨도 좋은 맛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서포터 조합만 고르라면 감튀에 콜라긴 하다.



3) 교정기 낀 사람 울게 하는 녀석



햄버거는 치킨이나 라면처럼 빈번하게 땡기는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팬층이 두터운 음식이다. 그리고 특유의 다양한 식감과 맛이 땡기는 날이 있다. 특히 나는 수제버거를 좋아해서 종종 테이크아웃 해오는 편이다. 수제버거는 일단 프랜차이즈와 달리 패티 자체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 매우 두껍다. 그 두꺼운 패티를 앞니로 와앙! 씹어먹는 맛이 있다. 근데 이게 치아교정인들에게는 상상초월 고통이 되더라.


교정치료를 받고 난 다음날, 수제버거 하나를 테이크아웃 했다. 통통한 닭다리살 패티가 장점인 버거였다. 싸이버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손으로 잡은 따끈한 햄버거! 어서 먹고 싶었다. 호기롭게 앞니로 베어문 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교정치료를 받으면 앞니를 잘 못쓰게 된다. 조금만 힘을 가해도, 잇몸을 두들겨패는 고통을 준다. 정말로 눈물이 났다. 그래서 햄버거는 버렸을까? 아뇨. 울면서 먹었어요. 햄버거처럼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안씹을 수 있겠어. 다 먹고 난 뒤에 펜잘 2알 먹고 누워잤다. 앞니가 뽑히는 줄 알았다.



4) 허겁지겁 먹는 맥도날드&롯데리아 맛



출처 맥도날드 빅-맥


수제버거가 아무리 맛있다한들, 결국 우리에게 오리지날은 빅맥이고 데리버거다. 주문한지 10분만에 나오는 인스턴트 버거들. 시대가 지났지만 맛이 한결같다. 안에 들어간 시큼달달한 피클도 좋아한다. 빨리 한 끼 해결하고 자리를 옮겨야할 때, 소금 팍팍 뿌린 감자튀김이 그리울 때, 프랜차이즈 특유의 소란스러움이 그리워질 때 찾게 된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노래와 함께 떠오르는 버거 이미지 역시 프랜차이즈 것이다. 먹으면 100% 살찔 것 같은 달콤함 범벅 소스도 좋다. 엄마 등짝 스매싱을 부르는 맛. 그런데 말입니다. 햄버거는 고기, 양상추, 토마토, 치즈까지 다 들어있는데 완벽음식 아닌가요? 도대체 건강식들과 다를 게 뭐죠. 아. 햄버거가 먹고 싶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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