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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16. 2021

돼지국밥이 먹고 싶어

다른 거 사먹을 바에야 뜨끈한 국밥 한그릇 먹고 말지



먹고 싶어



방금 나온 국밥입니다 여기에 밥말아먹는 상상해보세요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 까만색 뚝배기에 가득 담겨있는 뽀얀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싶다. 우유처럼 흰 국물과 대비되는 선명한 녹색 파건더기, 잔뜩 들어있어도 맵진 않다. 진한 육수 맛이 혀를 휘감으면 그제서야 체온이 상승한다. 국에 푹 익은 돼지고기 결이 부드러워보인다.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붙어있다. 숟갈에 푸짐히 올리자. 소면도 먹어야 한다. 돼지국밥이 잔뜩 묻어있는 소면을 입에 넣고 짧게 후루룩. 혀로 으깨도 쉽게 해체될 만큼 부드러운 소면이 꼭 에피타이저 같다. 국물은, 밑간을 해놓는 집이 많아 짭짤하지만 부족하다면 새우젓을 추가한다. 소금으론 채우지 못하는 짠 맛이 있다. 새우젓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쿰쿰한 짠 맛이 필요하다.


돼지고기, 소면, 흰쌀밥, 부추, 김치, 파, 새우젓, 펄펄 끓인 육수


all-in-one 최강자. 비빔밥을 울게 만드는 최고의 가성비. 돼지국밥 하나 시키면 우린 많은 걸 먹을 수 있다. 국에 밥 말아먹는게 전부인데 뭐이리 사이드가 많이 나올까. 반가울 따름이다. 씹는 맛을 더하고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해 부추를 잔뜩 넣어보자. 부추에 묻은 양념 덕에 돼지국밥이 살짝 붉게 물든다. 정확히는 뽀얀 국물과 섞여 주홍빛이 된다.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다. 여기에 잘 익은 깍두기까지 아삭 씹어보자. 국은 뜨겁게, 깍두기는 차갑게. 온도와 식감의 극명한 대비가 더욱 자극적이다. 준비됐다면 숟갈을 담가 흰쌀밥을 잔뜩 퍼올리자. 고기, 깍두기랑 입에 넣고 잘게 썬 생마늘도 같이 먹으면, 게임 끝.



1) 그거 먹을 바에야 뜨끈한 국밥 한그릇 먹고 말지


출처 트레블조선


상상만 해도 배가 차오르는 것 같아. 다데기에 다진 마늘까지 넣으면 풍미도 더블이 된다. 한 때는 부산사람들의 자존심이었던 돼지국밥. 이제는 인터넷 밈을 타고 전국민 K푸드가 됐다. 국물 요리답게 먹으면 배가 굉장히 부르다. 기본적으로 양이 많다. 국물+밥+건더기 이 3가지를 모두 먹기 때문이다. 갖가지 사이드로 나오므로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 좀 먹어" 늘 날 걱정하던 부모님의 근심도 덜 수 있다. 엄마 저 야채 많이 먹고 있어요. (대신 돼지고기는 더 건저먹고 있어요)


'00사먹을 바에야' 그래, 비싼 배달음식 시켜먹을까 고민되는 날에는 그냥 근처 국밥집에서 돼지국밥 한그릇 먹는 건 어떨까. 배가 빵빵해지고, 따땃하게 데워지면서 건강을 챙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돼지국밥이 보양식은 아니라지만, 육수를 오래 끓여낸 정성이 있고 고기도 푸짐하다. 밥 한그릇을 퐁당 다 말아버리면 밥심까지 알차게 챙길 수 있다. 그럼에도, 1만원 짜리 지폐를 내밀면 잔돈을 거슬러 받는 음식이다. 기특하다.



2) 주5일 국밥걸


출처 비지트부산 부전돼지국밥


돼지국밥 특유의 깊고 짠 풍미에 중독됐던 적이 있었다. 대학에 내가 딱 좋아하는 간을 맞춘 국밥집이 있었는데, 국밥걸 리즈시절엔 주5일을 먹었다. 농담이 아니다. 점심시간이면 월화수목금 국밥만 먹었다. 그 때는 혼밥을 하지 못했어서 늘 동기를 데려가서 먹었다. 수요일까지 같이 먹어주던 동기가 "제발 국밥 타령 좀 그만해"라고 하길래 목요일 금요일은 다른 동기랑 같이 먹었다. 마치 처음 먹은 듯이 한입 크게 와앙. 국밥집 아저씨는 매일 오는 나를 필사적으로 모른 척 해주셨다. 덕분에 편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목요일쯤부터는 돼지고기 양이 적어지더라고. 왜죠.



3) 할아버지 많은 집이 맛집


출처 1분카카오 동부식육식당


고향이 부산인터라 맛있는 돼지국밥 집을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찾아낸 포인트가 있다. 국밥 맛집 제1진리, '할아버지가 많은 집이면 네이버 검색에 안나와도 맛집이다!' 그러하다. 국밥은 오래전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했던 음식이다. 적어도 국밥만큼은, 20대들이 맛있다고 하는 집보다는 어른들이 추천하는 집이 더 풍미가 좋다. 육수 맛이 진하고 건더기가 많다. 또한 사이드로 나오는 반찬들이 신선하다. 가격이 저렴한 건 말할 것도 없다.


부산에는 돼지국밥집이 정말 많다. 온라인에 부산돼지국밥-지도까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진짜 맛을 느끼고 싶다면 국밥 마스터를 쫓아가보자. 국밥 마스터들의 정체를 아는가? 그들은 바로... 7천원 짜리 국밥이 제값을 못하면 버럭버럭 호통치는 어르신들이다! 덜컥거리는 미닫이문에 커다란 궁서체 스티커로 '00국밥' 이라고 적힌 곳이면 분위기 맛도 난다. 국밥은 허름한 곳에서 풍족하게 먹는 맛이다. 너무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식당에서 먹으면 감성이 없다. K국밥-빈티지이모셔널푸드.



4) 따뜻함이 가득 담긴 음식


출처 부산일보 합천돼지국밥


잠시 생각을 해보자. 쌀쌀한 밤, 당신은 겨우 퇴근을 하고 귀가 중이다. 오늘 일은 힘들었다. 저녁을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했다. 점심 때는 다른 사람들의 등살에 떠밀려 원치않는 메뉴로 식사를 했다.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하루 끝, 오늘은 위로받고 싶다. 몸이 허하니 마음도 우울한 기분이 든다.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데워줄 음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장잔고가 초라하다.


답이 없다며 터덜터덜 거리를 걷고 있는 당신은 골목길 끝에서 허연김이 피어오르는 가게를 보았다. 낡은 식당 할머니가 그릇에 토렴을 하고 계신다. 삶은 돼지고기향이 솔솔 풍긴다. 메뉴는 단출하다. 돼지국밥, 따로국밥, 수육국밥. 자리에 앉은 당신을 위해 한 그릇의 정성이 서빙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온다. 오늘 서운했던 마음을 다 채워주고도 남을 밥과 국물. 고생많았던 당신을 위한 하루 끝이다. 나는 지금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 든든한 국밥이 먹고 싶어.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심심하실 때 인스타 놀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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