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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20. 2021

떡튀순이 먹고 싶어

떡볶이 튀김 순대 베스트프렌즈 너네 사이에 나도 끼워주라



먹고 싶어


출처 위키피디아


떡튀순이 먹고 싶다. 빨간 소스에 담뿍 적셔진 쫄깃한 떡, 반질반질 윤기가 차르는 나는 순대,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져 옅은 노랑빛을 자랑하는 바삭한 튀김. 삼위일체로 즐기고 싶다. 떡볶이 떡을 한 입 베어먹고 그 다음은 가장 바삭해보이는 튀김을 입안에 넣고 와사삭 소리를 내고 싶다. 간장에 살짝 찍어 짭쪼름하게 먹어도 좋고, 떡볶이 국물에 푸욱 적셔 매콤하게 먹고 싶기도 하다. 순대의 경우 나는 간과 내장을 모두 먹는다. 다만 간을 좀 더 좋아한다. 떡튀순에는 퍽퍽한 식감이 부족하다. 간을 한 입 먹으면 간 특유의 비릿하지만 싫지 않은 풍미가 느껴지며 식감 만족이 채워진다.


떡볶이, 튀김, 순대 시대가 변해도 갈라놓지 못하는 친구


떡튀순 조합은 누가 만든 걸까? 분식집 삼총사는 시대가 바뀌고, 아무리 화려한 메뉴들이 등장해도 굴하지 않았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떡튀순이 땡긴다. 떡+튀만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탱글한 순대의 고소함이 아쉬워진다. 그렇다고 떡+순만 먹으면 청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바삭보스 튀김이 빠진게 아닌가. 그건 있을 수 없다. 물론 튀+순 이건 더 말도 안된다. 떡볶이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친구 3명 부르면 그 중에서 매일 나오는 사람, 화끈한 성격을 가진 분위기 메이커. 떡볶이는 꼭 있어야만 한다.



1) 나에게도 떡튀순 친구가 있다구


사진 잘 찍는 친구가 직접 찍어준 떡튀 사진


사실 떡튀순,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많다. 메뉴 3개 모둠정식이라 호기롭게 혼자 배달을 시키면 늘 남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친구가 떠오른다. 교복을 잠옷처럼 입던 시절부터 우리는 종종 떡튀순을 즐겼다. 10,000원짜리 한 장만 내면 따끈한 오뎅국물까지 호로록 먹을 수 있는 단골 메뉴였으니까. 연예인 얘기나 학교 가십으로 친구들과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우던 때가 그리워진다. 그 가운데에 식탁을 채워주던 떡튀순에는 추억이 깃들어있다.


어른이 된 이후 나는 홀로 상경한 탓에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 그런 내게 분식 음식은 항상 친구를 그립게 한다. 혼자 먹기엔 많고, 친하지 않은 사람과 먹기엔 조금 격식이 없는 건가 걱정되는 음식. 편하게 고무줄바지 입고 앞머리 싸악 올린 채로 먹고 싶은 음식. 내가 점찍어놓은 순대를 누군가 쏘옥 빼먹어도 화내지 않는 사이. 화려한 음식들이 화면 속에 채워져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는 떡튀순이 있다. 친구도 그렇다.



2) 순대는 소금이지, 뭐? 쌈장이지.


떡볶이 국물에 푸욱 찍은 순대


떡튀순 조합 중에서 순대는 조금 독특한 녀석이다. 순대는 지역색을 갖고 있다. 타지에서 온 친구들과 순대를 먹으면 가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부산에서 먹으면 누군가 "어? 왜 소금이 없어?" 라고 묻는다. 반대로 경기도에서 먹으면 "어? 왜 쌈장이 없어?" 라고 묻게 된다. 또 어디선가는 "어? 왜 간장이 없어?" 라는 질문까지 들린다. 김이 퐁퐁나고 겉면이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순대는 그대로인데 그 순대를 빛나게 해줄 소스는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순대는 소금이다, 쌈장이다, 심지어는 고추장이다 까지 이어지며 미각대토론회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순대를 다른 소스에 찍어먹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아니다. 우리에겐 해답이 있다.


뭘 고민해. 그냥 떡볶이 국물에 찍어.



3) 난 좀 특별하니까 +2000원




떡튀순 조합이 학생정식이라곤 하나, 돈 좀 있는 친구들에겐 부족한 면이 있다. 떡튀순을 양껏 먹는 것만으론 아쉬울 때. 지갑에 남들보다 지폐가 두둑했던 친구들은 여유있게 말했다. "튀김만두랑 치즈추가요." 옵션FLEX. 용돈이 넉넉한 친구와 떡튀순을 먹으러가면 언제나 호화로운 옵션을 즐길 수 있었다. 가끔은 라면사리까지 추가해서 제대로 즐기기도 했다. 이쯤되면 떡튀순은 더이상 학생정식이 아니게 된다. 당당히 '퓨전한식요리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봤자 고작 2천원 더 내는 거라고? 사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옵션 플렉스는 쉽지가 않다. 여전히 나는, 옵션 플렉스를 보여주던 친구가 그립다. 지금도 그 친구는 떡볶이에 치즈와 라면사리까지 추가해먹는 멋진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부디, 꼭 그렇기를.



4) 이모가 있는 시장으로 가고파


출처 생생정보통


배달음식 중독 증상을 고치기 위해 시장에 간 적이 있다. 아줌마들이 많아 기가 눌려 시장에 잘 가지 못했는데 용기를 내 결심한거다. 시장에서 커다란 철판에 떡볶이를 잔뜩 담가놓고 국자로 휘휘젓는 이모집을 보았다. 가게 이름이 이모집이었다. 매일 배달만 먹다보니 사람과 면대면으로 주문하는게 어색해져서 쭈뼛거렸다. 하지만 떡복이의 달큰한 냄새에 홀랑 넘어가버려 주문을 했다. 막상 또 주문을 하니 내 속에 식욕돼지 자아가 나와서 야무지게 고르더라.


이모가 그런 나를 보고는 못보던 사람이라며 웃으시곤 뭔가를 더 넣어주셨다. "그게 뭐에요?" "오뎅국물이랑 계란. 서비스야." 시장 음식은 리뷰를 쓸 수도 없는데 서비스를 주시다니요. 집에서 오뎅국물을 호록호록 마시며 다짐했다. 앞으로 떡튀순은 시장에서만 먹겠다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모가 열심히 포장해주는 떡튀순이 먹고 싶다. 떡튀순이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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