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부쩍 쪄서 빠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저녁은 간소하게 먹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아침은 잠이 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먹지 않고, 점심은 회사 사람들과 같이 먹는다. 점심에 매일 가는 식당이 있는데 정말 일주일에 5일, 운이 좋으면 4일을 그 식당을 간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어떤 식당으로 갈까?!"가 나에게는 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거다. 출근해서 점심시간까지, 직장인이라면 오늘 점심시간에 대한 행복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요즘 매일 비슷한 메뉴를 똑같은 식당으로 먹으러 가는 나에겐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낙이 없다. 사실 그 집 식당 밥도 내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좌절)
그런데 살이 쪘다. 저녁을 너무 부담되게 먹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고, 저녁에 간단히 먹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니까 한동안은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질문이 내게 없어졌다.
어느 날, 퇴근길에 버스에 내리면서 다음 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걸어가는데, 자연스럽게 "음, 오늘은 뭘 먹지?"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집에 가면 요거트에 시리얼을 먹을 것이 정해져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싶어 하는 내가 신기했다. -내 친구들은 스트레스받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어떤 것도 그다지 먹지 않고,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식욕을 잃는다던데....... 나에게는 정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조차 질문할 수 없는 내가 조금 불쌍해졌다. 생각해보니 오늘 저녁에, 혹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정말 ! 엄청나게 자유가 넘치는 선택이 아니던가?
살면서 나는 (또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것일까? 자유로운 선택들을 하고는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새 직장에 다니면서 조금 (아주 조금 더) 격식 있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청바지도 평일엔 잘 입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청바지를 사고 싶어도 주말에만 입을 텐데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고민도 했었다. 사실 살면서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우리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에겐 그게 대학 전공이기도 했을 것이고 사소하게는 무엇을 입을지, 머리는 어떤 스타일로 할지와 같은 일까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대학교 다닐 때처럼 머리를 탈색에 노랑 주황 빨강 하고 다닐 수도 없고, 화려한 옷을 입고 출근을 할 수도 없고... 그나마 내게 지금 가장 많은 선택지와 다양함을 줄 수 있는 선택은 "오늘 뭘 먹을까?"가 아닐까? 적어도 한 가지의 카테고리는 다양한 옵션을 즐길 수 있도록 남겨두고 싶다. 마라탕, 컵라면, 어머니의 된장국과 청국장, 칼국수, 보쌈, 족발, 뼈해장국, 짜장면, 탕수육, 냉면, 파스타, 치킨, 피자, 고기, 곱창, 회, 초밥 등등... 이 다양한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르는 행복한 선택을 할 여유 정도는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