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알아낼 리 없는데」 7화

우린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by 아노 Art Nomad

부동산 아저씨 말이, 요 동네에 ‘고양이 저주 살인’이라는 끔찍한 이야기가 도는데 그놈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며. 세 들어 사는데 집주인이 집값 떨어진다고 아주 앓아누웠다고.


난 걸릴 거 없으니 상관없긴 한데 좀 찝찝하더라.


다행히 금방 풀려나대?


… 걱정했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그건 또 그거대로 찝찝했어.


어떻게 풀려났지? 집에서 죽인 게 아닌가? 피는 아무리 락스로 닦아내도 루미놀 검사에 나올 텐데?


촉이, 풀려나자마자 한 건 할 거 같더라고. 나라도 그랬을 거 같으니까. 열은 받고 누구라도 잡아 죽여야지 어쩌겠어.


그 새끼, 그날은 동네에서 만족할 수 없었나 봐.


미행했지.

놈은 가로등도 CCTV도 별로 없는 시화 방조제 선착장 인근에 마대자루를 들고 서 있더라.


하. 이 미친 새끼가 아까운 새 시신을 시화호에 던지려고?


순간 화가 확 솟았어.


근데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그쪽도 날 알아봤는지 대뜸 그러더라고.


「너였냐?」


어이가 없어서. 패기가 아주. 까딱하면 반할 뻔했다니까?


「고양이 저주, 한 짝 다리, 얼굴과 손을 지져버린 시신. 다 너였냐고.」

「그렇다면?」

「감히 내 걸 건드려?」


내 참. 고마운 줄 알아야지, 지가 누구 때문에 풀려났겠어? 내가 사망 추정 시간을 건들지 않았다면, 내가 얼굴이랑 지문 그거 다 조사 놓지 않았으면 풀려났겠어? 진술 조사를 받을 때는요, 아무리 강단이 세도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주절주절 불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진짜 모르는 게 있으면 불고 싶어도 불 수가 없다고. 그니까 그 새끼는 내가 구해준 거야, 내가! 근데 이 쌍노무 새끼가 어디다 대고…


난 마대자루나 넘기라고 했어. 고마운 줄 모르는 놈한테 뭘 한나절 떠들고 있겠어. 그랬더니, 이 새끼가 아미 나이프를 꺼내서 마대자루를 부욱하고 찢었는데…소오름. 거기서 뭐가 나왔는 줄 알아?


마네킹 머리.


꼭지가 확 돌았어. 그대로 돌진해서 그 새끼 배에다가 머리를 냅다 들이박았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왜소하다고만 생각했더니 근육이 다부지더라고. 안 밀려, 안 밀려! 그놈이 내가 들이받을 줄 알았다는 듯이 등을 확 찌르대? 아미 나이프가 짧아서 깊숙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진짜 아팠어, 진짜.


그치만 세월 앞에는 장사 없는 거 아니겠어? 등에 꽂힌 아미 나이프 때문에 오른손이 묶였잖아. 그 틈에 재빨리 그 새끼의 목을 졸랐어. 이 새끼가 주먹으로 막 패는 대도, 이거 풀리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절대 방심할 수 없더라고. 하지만 힘을 주면서 답답하고 화가 나서 미치겠더라.


「왜 덤벼, 왜! 시신을 넘기면 돈 준다는 데, 우리가 함께하면 완전 범죄인데, 왜!」

「넌 이미 감겼어…」


숨이 막혀 눈알을 뒤집으면서도 끝까지 그렇게 허세를 떨더라.


완전히 늘어지는 것까지 보고 손을 풀었어.


… 뭘 해야 할지 몰랐어, 진짜. 사람을 그렇게 우발적으로 죽인 건 처음이었으니까.


띨릴릴리―.


요란한 벨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어. 난 무음이거든. 그놈의 옷을 막 뒤져서 휴대폰을 꺼내 봤더니 ‘씹새끼’라 뜨데?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상황 보고 하기로 한 거 잊었어? 그 새끼는? 감을 수 있는 거 확실해? 너 이거 똑바로 안 하면 네가 다 뒤집어쓰는 거야!」


감겼다, 감을 수 있는 거 확실하냐.


왠지 느낌이 쌔 해서, USIM만 꺼내고 휴대폰을 부쉈어. 그대로 시화호에 던졌고.


시신이랑 차량 처리도 골치 아팠어. 자살로 위장하는 건 오바고 아무 데나 유기하는 것도 불안하고. 아무래도 ‘고양이 저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


싸늘해진 놈을 차 트렁크에 실었어. 그놈 차에 있던 장비는 옮겨 싣고 GPS, 블박 메모리는 모두 꺼내 시화호에 던졌어.


춘덕산 인근까지 가긴 갔는데 멀리서 봐도 노란 폴리스라인이 여러 군데 둘러쳐진 게 보이는 거야. 이미 춘덕산 일대도 다 발각된 거 같았어.


방향을 바꿔 광명에 도덕산 인근으로 갔어. 낯선 데라 싫었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어.


삽을 들고 그놈을 마대자루에 담아 산을 오르는데 내 걸음걸음에도 익숙한 소리가 들리니까 기분 진짜 이상하더라.


스러럭, 스러럭. 시링, 틱, 시링 틱.


내가 그 소리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우린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진짜 화도 나고 서럽고 눈물 나더라고. 그게 얼마 만에 흘린 눈물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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