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 알아냈다고?
그놈을 넣고 흙을 덮으려는데 뭔가 좀 부족한 거야. 고양이가 빠졌더라고. 밤새 정신없이 바빴어도 그렇지 가장 중요한 걸 빼먹다니. 이제 이골이 난 고양이 잡기는 얼마 안 걸렸어. 고양이도 구덩이 안에 밀어 넣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어. 그래서 놈에게 물어봤어.
「마지막은 어떻게 발견됐으면 좋겠냐?」
그랬더니 그놈이 시신 묻는 걸 처음 본 날이 떠올랐어.
마대자루 안에 있던 그 입을 다물지 못했던 시신. 거기서 쏟아지던 구더기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떤 이미지가 그려졌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놈, 그놈을 마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고양이.
그렇게 마주 보게 두니까, 꽤 괜찮더라고. 그제야 흙을 덮었어.
며칠 뒤 뉴스에 다시 경찰 브리핑이 떴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놈이 찔렀던 등이 다 욱신거렸어.
「… 지금부터 부천시 대산동 성주산 일대와 부천동 춘덕산 일대 연쇄살인, 시신 훼손 및 유기 사건에 관한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발표에 앞서 이번 연쇄 사건으로 인해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청장이 고개를 숙이는데 나도 모르게 같이 숙였어. TV라는 게 그런 거지. 나도 모르는 새 따라 하게 되잖아?
「성주산 일대에서 발견된 시신은 두 구로 한 구는 온전한 상태였으며 다른 한 구는 일부만 발견되어 수사에 혼선을 주었습니다. 일부만 발견된 변사체에는 타액이나 지문이 묻어나지 않았고 국과수 DNA 분석으로도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현장을 비추는 CCTV와 목격자가 없고… 이에 경기남부경찰청은 부천소사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직접 수사를 지휘하며 강력 네 개 팀을 투입하고…」
「두 구의 시신에서 발견된 범행 수법은 완연히 다르나 시신에서 채취한 구리금파리는 3령 구더기로 동일하였으며… 」
다 아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까, 지루해서 TV를 끄려는데…
「구더기의 생장 속도가 동일한 것에 반해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등의 화분 밀도가 달라, 본 경찰은 범인이 같은 장소에 각 시신을 적어도 2회 이상 매장한 것으로 보고…」
꽃? 그게 도대체 어쨌다는 거야?
「… 이어 춘덕산 일대에 미제사건이었던 이른바 ‘고양이 저주 살인사건’을 포함하여 성주산 사건까지 동종 수법의 피해자는 총 여덟 명으로…」
「곤충학 감정 소견에 의하면 함께 매장된 두 구의 시신에서 나온 탈피껍질 종류가 동일하여… 식물학 감정 소견에 의하면 온전한 시신과 토막 시신 사이의 화분 증거가 달라…」
「마지막으로 오늘 낮 도덕산에서 발견된 동종 수법 피해자에 대해…」
거기까지 알아냈다고?
어쩌지? 어쩔까? 잡아떼? 저기까지 알아냈는데 잡아뗄 수 있을까?
불안이 나를 잡아먹는 소리가 들려왔지.
「오늘 낮 도덕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성주산, 춘덕산 일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서…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를 하던 중에…」
찌이이지지익.
우리 집 초인종은 소리가 정말 그악스러워. 내가 벌인 일이 뉴스에 나오고 있는 순간에 듣기엔 정말 최악이야.
똑, 똑, 똑.
「계십니까?」
잡으러 왔구나 싶더라.
수사물 같은 거 보면 이쯤에서 순순히 자백하던데, 난 잡히기 싫었어.
문득 그놈 생각이 났어. 연쇄살인마 놈,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잖아! 그럼 나도 가능성 있는 거 아닌가? 난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들이랑 관련성이 전혀 없잖아. 꽃가루? 꽃가루 그게 뭐. 그냥 범인이 둘일 수도 있다. 여기서 죽인 거 같지 않다. 그게 뭐?
이 집에 남은 흔적만 없앤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경찰은 공범 간의 내부 다툼으로 인한 범행으로 보고…」
찌이이지지익.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TV 소리 다 들립니다. 문 여세요!」
범행에 썼던 캠, 유심, 톱, 옷가지 등을 모두 끌어모아 화장실에 집어넣고 불을 냈어. 혈흔도 태우면 다 없어지잖아. 화장실 하나만 희생하자, 싶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