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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종 Jan 23. 2018

울진, 대왕금강송

<울진 대왕금강송>, 150 F호, 캔버스 위에 유채, 작업중, 황재종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어 쌌다는데,

울진, 대왕금강송 - 한 오백 년 넘도록 저 장용한 육신을 보전하려면

그 속은 어떨까!


세잔느가 형상을 입체적으로 이리저리 따져보고,

몬드리안이 나무를 갈기갈기 쪼개며 해체하여

새로운 회화적 의미로 거듭나듯이

한 그루의 나무 - 대왕금강송에 매달려 동태 같은 겨울을 나고 있다.


얼추 그려놓고서는

기둥을 틀었다가 바로 폈다가

가지를 늘렸다 줄였다 올렸다 내린 끝에

잔가지까지 다 맞췄는데,

뜨그랄! 보아하니 여백이 비좁네.


다시 뿌리로부터 통째로 줄인다.

천지가 요동치듯 화폭이 스산하다.

600년을 기다렸는데, 이깟 혼돈쯤이야.


그림은 제도(製圖)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자 함이 아니다.

집요하게 교감하며 이해함으로써 그 원형질을 표현할 수 있는 바,

훗날, 누구라도 보기 좋고 쉽게 영험한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에

이 붓질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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