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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종 Feb 07. 2018

들개

산동네에 유난히 넉살좋은 개가 있다.

하는 짓이 개가 아니라 여우같다.

내 성질이 저 개새끼의 반에 반만 닮았으면 벌써 출세했을텐데....


쇠락한 산골 뉘집에서 내논 자식인 듯

저 혼자 온동네 찔락거리고 돌아댕기더니

며칠 전에 뭘 좀 줬더니 요새는 향암미술관휴게실에 제집 드나들듯 한다.


불경기에 밥을 족히 얻어먹지 못했는지 배가 홀쭉하고 한쪽 다리는 헐어있어 행색이 개판이다.

이외수의 소설 "들개" 생각이 나서 괜히 애가 쓰인다.


어디 아픈가? 보란듯이 시위를 하는가?

오늘은 양지바른 잔디에 웅크린채 비영비영 존다.

"개새끼! 왜 하필 넘의 가게 앞에 와서 지랄 궁상을 떠는겨... "

속으로 떽땍거리다가도 결국 보기 딱해 카페 문을 열고 먹거리를 내어주니 언제 아팠냐는듯 팔딱 일어나서 겁나게 먹어치운다.


어머나!

타고난 천성인가?

들판을 쏘다니면서 터득한 생존술인가?

어떻든, 요놈의 똥강아지를 "복실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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